A군은 이날 어머니 B(51)씨의 목 부위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더 놀라운 것은 최근까지 8개월간 시신을 안방에 방치해 놨다는 점이다.
A군은 왜 어머니를 잔혹하게 살해한 것일까. A군은 5년 전 부모의 별거 이후 어머니의 지나친 관심으로 학업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급기야 중학교 3학년때부터 최근까지 자신의 등수를 올리는 등의 방식으로 성적표를 위조해왔다.
A군은 상위권을 유지할 만큼 성적이 좋았다. 하지만 어머니 B씨는 만족을 하지 못했다. '항상 1등을 해야 한다'며 아들을 채근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 3월14일 어머니가 대학진학상담을 위해 학교로 방문한다는 것을 알게 된 A군은 13일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하기에 이르렀다. 자신이 그동안 성적을 위조해 온 사실이 들통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A군은 어머니를 살해한 이후에도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일상생활을 했다. 경찰은 A군에 대해 존속살해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가족을 살해하는 패륜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부모에게 욕을 하고 폭행하는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다. 버젓이 흉기를 휘두르고 살인까지 저지르는 등 갈수록 흉폭화되고 있다.
패륜 범죄가 증가할수록 도덕과 예의가 추락하고 경노효친 사상도 희미해져 가고 있다. 가정과 가족이란 울타리마저 무너지고 있다.
우리사회 곳곳에서 부모를 학대하고 살해하는 등 반인륜적인 범죄가 서슴없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존속살인, 존속폭행, 존속유기 등 패륜범죄는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존속살인은 2008년 44건, 2009년 58건, 2010년 66건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전체 살인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08년 4.0%, 2009년 4.2%, 지난해 5.3%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2%), 프랑스(2.8%), 영국(1%) 등 선진국과 비교해 훨씬 높은 수치다.
패륜범죄는 우리 주변 곳곳에서 쉽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안승호)는 18일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10년간 수발하다 살해한 혐의(존속살해)로 기소된 이모(40)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지난 8월3일 서울 도봉구 쌍문동 자택에서 어머니 박모(67)씨에게 평소 복용량보다 많은 수면제를 먹여 의식을 잃게 한 후 끈으로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살해한 패륜범죄로 죄질이 무겁고 범행에 필요한 물품을 미리 준비하기도 했다"며 "요양원에 있는 어머니와 휴가를 보내고 싶다며 데리고 나와 계획적으로 살해하여 엄중하게 처벌함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아파트 분양대금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살해한 40대 아들도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아들 C(44)씨는 지난달 2일 오전 9시20분께 대전 대덕구 신탄진동 주택에서 아침밥을 차려주는 아버지(74)에게 '개밥을 준다'며 시비를 걸어 말다툼을 벌이다 격분, 흉기를 사용해 아버지를 살해했다.
경찰 조사결과 C씨는 최근 분양받은 아파트 대금을 부모가 마련해주지 않아 앙심을 품고 있던 중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술에 취해 주먹을 휘둘러 양부모를 살해한 30대도 있었다.
대전 동부경찰서는 지난 7월31일 만취상태에서 양부모에게 폭행을 가해 아버지를 숨지게 한 D(38)씨에 대해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D씨는 같은달 30일 오전 7시40분께 대전시 동구 성남동 양부모 E(70)씨의 집에 찾아가 '자신을 입양해 잘 대해주지 않고 무시했다'며 D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5살때 양부모에게 입양된 D씨는 용돈을 받기 위해 부모 집을 찾았다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패륜범죄가 가정내 대화단절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며 가족 구성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가족간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경찰이나 공공기관이 가정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 하지 않는 점도 패륜범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패륜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간에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가족간에 지속적인 대화와 관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정내 폭력은 가정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변화가 필요하다"며 "패륜범죄에 대대 강한 처벌과 경찰과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해결 의지도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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