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청주시 문화동 도청 주변 식당업주들에 따르면 뉴시스가 '도청직원 절대사절, 억대외상값' 기사를 내보낸 30일 이후 다수의 도청 직원들이 식당에 들러 밀린 식대를 정리하는 경우가 갑자기 늘었다.
식당 업주 A씨는 "보통 한 달에 한 번 결제하는데 요즘은 결제일이 아닌데도 밀린 외상값을 지불하는 경우가 있다"며 "우리 과(課) 외상 있다는 말은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공무원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 공무원은 "개인적으로 식사를 한 뒤 장기간 갚지 않고 있던 일부 공무원들이 언론보도 이후 서둘러 외상값을 변제하고 다닌다는 말을 들었다"며 "감사관실이 움직였기 때문에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외상을 해결하는 직원들이 있는 모양"이라고 전했다.
한편 도 감사관실이 주도하는 '외상값 조사'가 허술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감사관실은 30일 오후까지만 해도 청사 주변 식당을 대상으로 외상값이 얼마나 되는지, 부당하게 식대를 갚지 않는 경우는 없는지 철저히 조사한 뒤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그러던 감사관실은 1일 오전 예고없이 기자회견을 열고 "도청 주변 20∼30개 식당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외상값은 3600만원 정도로 파악됐다"며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식당업주들과 '갑을'관계에 있는 실과 서무담당자들이 진행한 뒤 감사관실에 보고하는 형식으로 조사가 이뤄진 점, 언론보도 이후 부서별로 밀린 식대를 정리하는 '작업'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 외상값이 이 정도밖에 안된다고 인정하긴 어렵다.
감사관실 관계자도 "감사반원 인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모든 식당을 상대로 직접 정밀조사하기는 힘들다"며 "일단 각 부서별로 조사한 외상현황 자료를 취합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청주의 한 식당 업주는 최근 "십 수년 전 도청 공무원들이 억대 외상값을 갚지 않는 바람에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고 뉴시스에 폭로했고, 이시종 충북지사는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철저히 조사한 뒤 더 이상 피해를 보는 도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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