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한신·고베 지진(규모 7.2)처럼 지반이 상하로 흔들리며 도심을 순식간에 초토화하는 ‘직하형(直下型)’ 강진이 도쿄와 요코하마(橫浜), 지바(千葉) 등 수도권을 수년 내 강타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농촌과 어촌 도시가 대부분이었던 동일본 해안지대와 달리 정치·경제·문화 심장부인 수도권에서 대지진이 발생할 경우 일본 사회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 일본 정부와 도쿄도 등 관련 지자체는 대책 수립에 착수했다.
일본 정부 산하 지진조사연구추진본부는 그동안 수도권을 포함한 미나미칸토(南關東) 지역의 규모 7.0 이상 지진 발생 확률을 ‘30년 내 70% 정도’로 추정해왔다. 하지만 일본의 대표적 민간지진 연구소인 도쿄대 지질연구소는 지난해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열도와 그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진 동향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발생 가능성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일본 구조대원들이 지난해 3월 14일 동북부 대지진과 쓰나미로 처참하게 부서진 이와테현 노다 마을에서 희생자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히라타 교수는 “내진설비를 강화하고 목조가옥을 불에 타지 않는 재질로 바꾸는 것은 시간이 걸리므로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며 “가구가 쓰러지지 않도록 하고, 지금까지 알려진 안전수칙을 제대로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건물과 가옥은 좌우로 흔들리는 ‘수평형(水平型)’ 지진에는 비교적 대비가 잘돼 있지만 상하로 요동치는 직하형에는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표적 직하형 지진인 한신·고베 지진은 동일본대지진보다 훨씬 짧은 12초 정도에 불과했지만 도시 전체를 폐허로 만들어버렸다.
일본 중앙방재회의는 수도권에서 규모 7.0 이상의 직하형 지진이 일어날 경우 이바라키현 남부의 다치카와(立川) 단층대 등 18개 지역이 진원이 될 가능성이 크며, 사망자는 1만1000명, 화재로 인한 가옥 파손은 85만채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 수도권 9개 지자체는 지난 19일 직하형 지진에 대비한 대규모 재난 훈련을 실시했다. 이시하라 신타로 도지사는 도쿄에 집중된 수도 기능을 분산하거나 수도를 아예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도의 종합방재부 관계자는 “도쿄대 연구 결과는 하나의 시각일 뿐이므로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대책은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도쿄=김동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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