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여곳중 절반만 사서 배치…전담직원 85%는 비정규직
수업연계 활용 엄두도 못내 경기 화성의 한 고교 비정규직 사서 조모(37·여)씨는 “학교 도서관은 빛 좋은 개살구”라며 안타까워했다. 장서 1만권가량이 보유한 최신식 도서관에서 조씨가 하는 일은 도서의 대출·회수 업무. 그는 “교과 연계 교육과 도서관 활용 교육, 독서를 통한 인성교육을 꿈꾸며 사서교사 자격을 취득했지만 막상 현장에서 일해 보니 그런 교육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교육과학기술부가 2002년부터 야심 차게 추진한 ‘학교 도서관 활성화 계획’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도서관 시설을 현대화하고 장서를 확충하기 위해 예산 3000억원을 썼지만, 정작 전문인력 배치에는 소홀해 ‘학교 수업·도서관 연계 활용을 통한 공교육 내실화’라는 애초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서울의 한 중학 3년생 백모(15)군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책을 빌릴 때만 도서관을 이용한다. 백군은 “도서관을 활용한 수업은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도서관에 책을 빌려주는 분이 한 명 있기는 하지만 정식 선생님이 아니라 도서관을 지키는 직원이라고 들었다”고 밝혔다.
전담 사서교사를 둔 서울 우신고가 도서관 활용수업을 통해 ‘미디어를 활용한 학습법’을 가르치고, 도서관 내 장서를 참고해 한 학기에 철학 보고서 1편을 제출하도록 해 도서관을 적극 활용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다수 학교 도서관이 ‘무료 책 대여점’에 머무는 가장 큰 이유는 도서관 활용 교육을 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배치하지 않고 있기 때문.
교과부가 민주통합당 이찬열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전국 1만1237개 초·중·고교 중 1만1060곳(2010년 현재)에 도서관이 설치돼 있지만, 사서 등 전담인력이 배치된 곳은 5150곳뿐이다. 이 중 정식 사서교사를 임명한 학교는 724개교(14.06%)에 불과하다.
비정규직 사서인 조씨는 “학생들이 나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 ‘저기요, 대출요’ 하는 환경에서는 도서관 활용 교육이 제대로 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2008년 제정된 ‘학교도서관진흥법’에 따르면 학교 도서관에는 사서교사·실기교사나 사서직원을 둘 수 있다.
그러나 의무 조항이 아닌 데다 교원인 교사와 행정직원인 사서직원의 업무·책임·권한에 관한 규정이 없다 보니 학교마다 임의로 도서관 담당자를 배치하고 있다. 법 제정 이후 공립학교 34곳에 새로 사서교사가 배치됐지만, 최근 2년간 선발 인원은 1명에 불과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교과교사 정원도 늘지 않고 있는데 사서교사를 증원하기는 어려운 노릇“이라며 “일단 비어 있는 학교 도서관에 비정규 인력이라도 배치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조성호 기자 com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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