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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마련하려 사채업자 찾은 여대생, 결국…

입력 : 2012-05-17 19:47:40 수정 : 2012-05-18 10:5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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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 고금리에 인신매매까지… 인면수심의 사채업자들
국세청 253명 불법 적발 1597억 추징
조모(54)씨는 불법 사채업자라기보다는 차라리 인신매매범에 가깝다. 그는 급전이 필요한 여대생에게 200만원을 빌려 주고 연 120%의 고리를 뜯었다. 원리금 상환이 지체되면 원금에 이자를 보태 다시 고율의 이자를 물리는 수법을 동원했다. 몇년 새 이자가 10배로 불어나 2000만원이 넘었다. 원리금 상환이 어려워지자 조씨는 여대생을 유흥업소에 팔아넘겼다. 이런 식으로 챙긴 이자수입이 31억원에 달했지만 조씨는 10여개 차명계좌로 관리하면서 세금은 한푼도 내지 않았다. 친인척 명의로 10억원대 부동산까지 사들였다. 결국 국세청에 덜미가 잡힌 조씨는 소득세 등 15억원을 추징당하고 검찰에 고발됐다.

국세청은 이처럼 서민을 상대로 살인적인 이자를 챙기면서 폭행, 협박, 인신매매 등 불법 채권 추심을 일삼은 사채업자 123명을 적발해 세무조사에 들어갔다고 17일 밝혔다. 이들은 고율의 불법 이자로 호화생활을 하면서도 다른 사람 명의 계좌나 ‘대포통장’으로 소득을 숨겨 탈세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앞서 2008년 하반기 악덕 사채업자를 민생침해업자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말까지 253명에게 탈루세금 1597억원을 추징했다. 다른 24명은 현재 세무조사 중이다.

국세청이 17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본청에서 개최한 ‘전국 민생침해담당 조사국장 및 관서장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회의에서는 불법 사금융 근절과 누락세금 추징 방안이 논의됐다.
연합뉴스
국세청에 덜미를 잡힌 악덕 사채업자들은 조씨처럼 채무자를 상대로는 수단을 가리지 않고 돈을 뜯어냈다. 이들 손에 걸린 가정과 기업은 하루아침에 파탄이 났다. 소득세 16억원을 추징당하고 검찰에 고발된 불법 사채업자 최모(59)씨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최씨는 연 120%의 고리로 돈을 빌려간 채무자가 연체하면 담보로 잡아둔 전세 보증금, 상가 보증금을 압류해 가차 없이 빼앗아갔다. 가족이 길거리에 나앉게 된 한 채무자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최씨는 세금 한푼 내지 않은 채 서울 강남의 고급주택에서 고가 외제차를 굴리며 떵떵거리며 살았다.

고리 사채에 견디다 못해 상장 폐지된 사례도 있다. 대부회사를 운영하는 김모(45)씨는 자금난에 처한 상장기업을 인수한 뒤 회사자금을 횡령하는 수법 등으로 93억원을 챙겼다. 자금난으로 유상증자에 나선 상장법인을 상대로 선이자 5%, 연 120%의 금리로 돈을 빌려준 뒤 연체 시에는 주가 조작을 통해 담보로 받은 주식을 팔아치우기도 했다. 해당 회사들은 주가 폭락을 견디다 못해 상장 폐지됐고, 소액주주들은 휴지조각이 된 주식을 떠안았다.

또 대부업자 정모(53)씨는 세금을 피하기 위해 연 360%의 이자로 돈을 빌려주면서 채무자 명의 통장과 도장을 미리 건네받았다. 채무자가 통장에 원금과 이자를 넣는 즉시 인출해 감쪽같이 거래를 숨겼다.

국세청은 이밖에 의류도매시장 영세상인을 상대로 ‘일수놀이’를 해온 대부업자, 상환을 고의로 회피한 뒤 대출 담보 부동산을 경매에 부쳐 낙찰받아온 사채업자, 법원의 부동산 경매 참가자를 상대로 고리를 뜯어온 대부업자 등도 조사 대상에 올렸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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