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죄부 비판 95개조 반박문 발표 500주년 앞두고
2017년까지 도시 전체서 10년간 대대적 기념행사 독일이 보유한 37개의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에는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1483∼1546)와 관련된 유적이 포함되어 있다. 루터가 태어난 아이슬레벤과 그가 종교개혁을 추진했던 비텐베르크에 남아 있는 그의 집과 성당 등이다. 독일에는 루터의 자취가 남아 있는 도시가 10여 개에 이르지만, 대표적인 곳이 아이슬레벤과 비텐베르크다. 그래서 이 두 지역의 공식 명칭에는 ‘루터의 도시’라는 수식어도 붙는다. 2017년은 루터가 중세 가톨릭교회의 면죄부 판매를 비판하는 95개조 반박문을 발표한 지 500년이 되는 해다. 독일은 이를 기리기 위해 2008년부터 2017년까지를 ‘루터 10년’으로 정하고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아이슬레벤 시청 광장(왼쪽). 루터 생가의 창문에 비친 성 베드로와 바울 교회. |
공식 지명이 ‘루터의 도시 아이슬레벤’인 아이슬레벤은 루터가 태어나고 사망한 곳이다. 인구 2만5000명의 작은 도시 아이슬레벤에서 루터는 문화와 관광의 대표 브랜드다. 시내가 온통 루터라는 이름과 그의 초상화로 덮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당 이름에도 루터가 들어가고, 기념품점에서 파는 티셔츠와 와인병에도 루터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
루터의 작은 흉상이 세워져 있는 생가는 15세기 전형적인 중산층의 집으로, 1693년 최초의 루터박물관으로 지정됐다. 중세 부엌이 복원되어 있고, 루터의 가계도와 그가 유년시절 사용한 책 등이 전시되어 있다. 생가의 2층 창문 밖으로는 그가 유아세례를 받았던 성 베드로와 바울 성당이 보인다. 르네상스 양식의 둥근 지붕을 가진 성 베드로와 바울성당 내부는 다른 중세 성당과 달리 밝고 화사한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생가에서 5분 정도 걸으면 그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 시청 광장이다. 루터는 왼손으로는 성경을 잡고 있고, 오른손으로 그가 비판했던 면죄부를 구기고 있다. 그 뒤쪽에 보이는 성당이 그가 마지막으로 설교를 한 성 안드레아스 성당이고, 그 건너편이 그가 숨을 거둔 집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그의 생가와 임종지는 직선거리로 200m밖에 되지 않는다. 이 집도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현재는 보수 공사 중이다.
루터가 95개조 반박문을 발표한 비텐베르크 성교회의 야경. |
비텐베르크 성교회의 내부. |
루터의 도시 비텐베르크는 루터가 35년간 활동하며 95개조 반박문을 발표한 곳이다.
비텐베르크에 남아 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은 모두 4곳이다. 1508년 비텐베르크로 옮겨 온 그가 1511년부터 살기 시작한 루터 하우스, 그가 반박문을 발표한 성교회(Castle Church), 그가 2000번이나 설교했던 성 마리아 교회, 그의 지지자였던 필립 멜란히톤의 집이다. 시내 동쪽 끝에 루터하우스가 있고, 서쪽 끝에 성교회가 자리하고 있다. 1년에 8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루터하우스에는 그의 생존 당시의 강의실, 벽난로, 목재가구, 장식, 식당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그의 체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루터하우스 옆에 필리프 멜란히톤의 집이 있고, 다시 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걸으면 루터와 멜란히톤의 동상이 나란히 서 있는 시청앞 광장이 나온다. 광장 동쪽에 두 개의 첨탑이 서 있는데, 이곳이 성 마리아 교회로, 루터는 이곳에서 최초의 독일어 미사를 올린다. 성마리아 성당 외벽에는 요즘 2017년을 기념하는 대형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
시청 광장에서 서쪽으로 조금 더 걸으면 성교회다. 비로소 성교회의 정문이 보인다. 루터가 면죄부 판매 등 당시 가톨릭교회의 부당한 처사를 비판하는 95개 조의 반박문을 전격 게시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문은 양쪽으로 열리게 되어 있고 그 위의 아치형 공간에는 채색 성화가 그려져 있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를 중심으로 그 왼쪽에는 성경을 든 루터가, 오른쪽에는 멜란히톤이 앉아 있다. 아이슬레벤에서 숨을 거둔 루터의 시신은 비텐베르크로 옮겨져 그가 반박문을 게재한 이 성교회에 안치됐다.
아이슬레벤·비텐베르크=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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