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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어둠을 먹고 크는 광기 ‘극우주의’

입력 : 2012-10-12 23:07:26 수정 : 2012-10-12 2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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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새 파시스트…日 급속한 우경화
세계경제 침체가 이어지면서 극우주의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 불황을 먹고 자라는 셈이다. 재정난을 겪는 유럽에서는 극우주의자가 연일 ‘애국’을 가장한 배타주의를 노골화한다. 이민자를 대상으로 한 폭행은 일상화되다시피 했다. 이웃 일본에서는 20년 넘게 불경기가 지속된 탓인지 극우정치가 기승을 부린다. 한·중·일 영토·역사 갈등도 이와 맥이 닿아 있다. 독일의 나치와 일본 군국주의로 상징되는 극우주의의 폐해가 심각했던 탓에 그동안 이런 움직임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했고 지지층도 얇았다. 하지만 경제위기의 골이 깊어지면서 극우주의가 부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파시스트 세력이 부상한 2차 세계대전 전 상황과 흡사하다.

◆유럽에 다시 등장하는 파시스트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최근 ‘유럽의 새 파시스트’라는 분석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에서 현재 유럽 극우정당의 득세는 직업을 잃은 사람의 분노에 반응하는 ‘포퓰리즘’ 정치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청년 실업률이 50%를 넘나드는 그리스. 이민자 추방을 공약으로 내세운 ‘황금새벽당’은 경제 위기를 기회 삼아 지난 6월 총선에서 처음으로 국회에 진출했다. 이들은 그리스인만 대상으로 한 식료품 배포와 헌혈 행사를 기획하며 ‘외국인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3년 전만 해도 0.4%에 불과하던 이 당의 지지도는 총선 이후에도 꾸준히 늘어 12%까지 상승했다. 총선이 3개월만 늦춰졌어도 제3당이 될 뻔했다.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헝가리와 불가리아, 이탈리아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국 뉴스사이트 ‘글로벌포스트’는 유럽에서 득세하는 파시즘을 조명하며 그리스, 루마니아, 헝가리, 프랑스, 오스트리아를 눈여겨봐야 할 국가로 꼽았다.

문제는 유럽의 소위 ‘우량국’에서도 배타적 민족주의가 힘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5월 대선에서 국민전선 마리 르펜 후보가 18%의 지지를 받았고 핀란드의 극우 ‘진정한 핀란드인당’도 지난해 총선에서 무려 19.1%를 득표했다. ‘진정한 핀란드인당’은 그리스 구제금융 조건에도 강경한 입장을 취했고 이민 정책도 대폭 축소했다. 올리 소라이넨 핀란드 고용기업부 수석 고문은 “극우당이 핀란드 내에만 실직자가 30만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해외 이민자를 받을 이유가 없다며 국제 이민에 반대하면서 이민 정책이 퇴보했다”고 지적했다.

극우주의자의 인종차별적인 행동도 대범해졌다. 도심에서 이민자를 향한 총격과 폭행이 빈번히 발생하는 등 이민자에 대한 증오 범죄가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 8월 말 독일 북부지역에서 네오나치의 소탕 작업을 벌인 독일 정부는 이들의 아지트에서 극우정당 포스터를 대량으로 발견한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네오나치에 대해 “이들은 주로 경제위기에 취약한 저소득·저학력의 젊은 남성들”이라며 “이들이 노년층과 여성까지 공략할 경우 세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시아 극우화를 이끄는 일본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우경화가 두드러진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9월21일자에 일본이 눈에 띄게 우경화하면서 2차대전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아시아 지역에서 대치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구나 일본의 우경화는 외교 정책과 군사 전략에서 주변국과의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 갈등은 다시 우경화를 부채질하고 있기도 한다.

일본 우경화는 주변국과 갈등을 야기하는 영토 및 역사문제를 둘러싼 외교 정책에서 확연하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독도와 센카쿠제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한·중과 갈등이 불거지자 “불퇴전의 각오”로 영토문제에 대처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달에는 유엔총회에 직접 나서 “국가의 주권, 영토, 영해를 지키는 것은 국가로서 당연한 의무”라고 주장하는 등 선봉에 섰다. 제1야당인 자민당 총재에 당선된 아베 신조(安倍晉三) 전 총리도 총재당선 연설에서 “일본의 영토가 위협받고 있다”며 “강한 일본을 만들겠다”고 대외 강경노선을 노골적으로 밝혔다.

군사 우경화도 심각히 걱정되는 수준이다. 지난 6월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설치법을 개정해 이 기구의 활동을 ‘평화 목적’으로 한정한 규정을 삭제했고 원자력기본법의 기본방침 규정에 슬그머니 ‘안전보장에 이바지한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일본 총리 직속 기구인 국가전략회의 산하 프런티어 분과위원회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정부의 헌법 해석을 바꾸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특히 일본 정계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과 그가 이끄는 일본유신회는 아예 당 정책공약으로 군사력 강화와 평화 헌법 개정을 통한 집단적 자위권을 주장한다.

◆위기를 먹고 자라는 세력

이처럼 유럽의 일부 국가와 일본에서 확산하는 극우주의의 득세는 경기 침체의 장기화와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유럽의 재정난과 경제난은 깊어지고 있다. 즉 작금의 유럽 분위기가 고물가와 경제악화의 수렁에 빠진 독일에서 나치가 득세한 상황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도 1990년대 중반 이후 20년 넘게 이어지는 경제 불황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의 정략적인 극우 포퓰리즘도 한몫을 한다. 유럽의 극우 정당은 득표 전략 차원에서 극우 주장을 상품화하고 있고 일본의 극우도 총선을 겨냥해 강경 발언을 서슴지 않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 진행과 극우 인사·정당의 한계를 들어 최악의 상황을 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2009년 선거에서 22.9%를 득표했던 노르웨이 극우당이 베링 브레이비크의 총기 난사사건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11% 수준으로 득표가 줄어든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정진수 기자, 도쿄=김용출 특파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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