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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우리 안의 폭력’] 3부 법치와 소통으로 폭력 뿌리뽑는다 ①조직이론으로 본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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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10-31 10:31:11 수정 : 2012-10-31 10: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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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대화는 분쟁 씨앗… ‘제대로’ 소통해야 폭력 막는다
경쟁 부추기는 사회 반성…성공적 대화법 터득해야
세계일보 취재팀은 그동안 시리즈 1부 ‘한국사회 폭력 대해부’와 2부 ‘곳곳에 박혀 있는 야만의 그림자’를 통해 우리 사회 깊숙이 침투한 폭력의 실태와 작동방식을 광범위하게 짚어봤다. 이 과정에서 취재팀은 제도를 통해 조직의 갈등을 물리적으로 차단하고, 대화와 소통으로 마찰을 해결하는 것만이 조직 내의 폭력을 줄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3부 ‘법치와 소통으로 폭력 뿌리 뽑는다’에서는 폭력의 해법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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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3명이 라운드 테이블에 앉아 사회현안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탁자 위에는 과자 5조각이 놓여 있었다. 2명의 학생이 각자 2조각을 먹을 수 있지만 남은 한 명은 1개밖에 못 먹는다. 다들 먼저 손을 뻗치기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이 가운데 한 명이 스스럼없이 과자를 입에 가져갔고, 부스러기를 입가에 묻힌 채 탁자에 잔뜩 흘리는 ‘무례’도 거침없이 저질렀다. 다른 2명과 이 학생은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오직 이 학생에게만 다른 학생의 토론에 점수를 매길 심판자의 권한이 있는 점을 빼고는 말이다.

정작 이 학생은 자신이 얼마나 버릇없는지를 토론이 끝날 때까지 전혀 깨닫지 못했다.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자 데보라 그륀펠트 교수가 2003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벌인 ‘과자 실험(cookie experiment)’이다.

권력이 사람을 어떻게 바꾸고 또 막상 권력을 가진 자는 자신의 폭력에 대해 심리적으로 둔감해진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연구결과다.

물론 학생들은 실험이 끝날 때까지도 이 실험의 숨겨진 목적은 알지 못한 채 사회현안에 대한 토론시험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연구를 토대로 폭력의 억제는 개인의 선량함보다 제도와 소통을 통해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도 속에 폭력 억제 유전자 심어야

30일 경영학계 등에 따르면 폭력의 억제는 최신 조직이론의 핵심과제다. 유능한 조직원이기만 한다면 다른 조직원을 ‘학대’해도 용인해 줄 수 있다는 기존의 성과주의식 조직이론에 대한 반발로 나왔다.

원래 조직 속의 폭력을 억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은 고대 원시부족조차 터득하고 있던 생존의 지혜였다.

캐나다와 알래스카에 흩어진 에스키모족 남자아이들은 어릴 적에 동물사냥 놀이를 하면서 성장하는데, 이때 어른들로부터 생존에 필수적인 살육방법과 함께 “살상은 사랑하는 대상을 상실케 하는 것”이라는 교훈도 같이 배운다.

폭력이 사회공동체의 생계기반이지만 자칫 내부로 향하면서 조직 전체를 흔드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나름의 교육제도인 것이다.

그러나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성과와 결과만을 바라는 경쟁주의적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 같은 ‘지혜’는 사라졌고, 조직 내 폭력이 다른 조직원의 의욕을 떨어뜨리고 때로는 죽음으로 몰아가는 현상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최신 조직이론은 어떤 측면에서는 폭력을 조장하는 듯한 사회 분위기를 반성하고, 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현대적으로 복구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일례로 경영학계에서는 폭력을 방치할 경우 추가로 투입되는 비용을 산출한 뒤 최고경영자들에게 폭력의 해악을 설득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로버트 서튼 교수는 다른 구성원들을 괴롭히는 일명 ‘문제아(asshole)’ 한 명이 16만달러(1억7000여만원)의 추가비용을 발생시킨다고 지적했다.

폭력적 구성원이 행패를 부리고, 이에 따라 다른 조직원이 혼란스러워하고, 각종 심리 상담비용과 협동력 저하 등 손실이 일어나는 점을 계산한 비용이다.

◆제대로 된 대화법 터득해야 오해 없어

전문가들은 폭력으로 발전할 소지가 있는 갈등을 없애는 가장 좋은 해법으로 ‘소통’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무작정 기탄없는 대화를 한다고 폭력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자칫 새로운 분쟁의 씨앗만 제공할 수도 있다.

따라서 소통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를 위한 성공적 방법으로 세계적 반도체 생산회사인 인텔이 시도했던 ‘건설적 대립’ 모델이 꼽힌다.

소통을 위해 첫째는 뒤에서 험담하지 말고 갈등의 당사자와 직접 대립해야 한다. 둘째로는 막연한 추론이나 소문만으로 싸우지 말고 객관적인 사실을 갖고 다퉈야 한다. 셋째는 서로 문제를 함께 해결한다는 목적 아래 해결책을 갖고 대립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갈등을 미루다가 엉뚱한 때에 터뜨리지 말고 때에 맞춰 반대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소통법을 통해 ‘대립’을 폭력이 아닌 조직의 발전을 위한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업무에 관한 과업갈등(task conflict)은 의사결정과 조직의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과업갈등을 촉진하기 위해 조직 내 다양성을 확보하고 다양성과 관련한 전담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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