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 내려놓기 시동 지역구 예산, 의원연금 등 ‘제 밥그릇 챙기기’에 혈안이 됐던 정치권에 비난 여론이 쏟아지면서 대선기간 최대 이슈였던 정치쇄신론이 재점화하고 있다.
의원면책권 제한, 의원연금 폐지 등 각종 쇄신책을 내놓았던 여야가 대선 후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구태를 드러내고, 정작 쇄신공약 실천은 뒷전으로 미뤄놓고 있기 때문이다. ‘제 머리 깎기’를 외면한 정치권은 비판 여론에 떠밀려 3일 국회 정치쇄신특위 가동에 나설 뜻을 밝혔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이날 “여야가 정치쇄신특위 가동에 잠정합의한 상태로, 1월 임시국회가 열리는 대로 그 부분이 논의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1∼2월에 (정치쇄신 문제를) 결판내면 좋겠다”며 “기존에 합의가 이뤄진 의원연금 폐지, 국회의원 겸직 금지 등 4건은 1월 국회에서 처리하고 나머지 미합의 과제는 계속 논의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통합당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도 “1월 임시국회 소집 협의 때 정치쇄신특위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가 대선 기간에 제시한 정치쇄신안에는 국회의원 정수 축소, 의원 세비 30% 삭감, 의원 무노동 무임금 적용, 의원연금과 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등이 포함됐다. 여야는 정치쇄신특위가 구성되면 관련법 개정을 논의할 계획이다.
정치권의 예산안 구태에 대한 비난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지역구 민원성 예산 챙기기에 몰두했던 예결특위 위원들은 지난 1일 예산안 처리를 끝내자마자 외유성 해외 출장을 떠났고 외교통상통일위·정무위·교육과학위 등 다른 상임위 소속 의원들도 줄줄이 해외 나들이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이날 통화에서 “예결위원들이 예정된 외유 계획에 맞춰 예산심사를 끝내려고 했다면 그것이 제대로 진행됐겠느냐는 의구심마저 든다”며 “국가 재정을 고려해 치밀하게 심사해야 할 예산안을 의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처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지원 전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 상임공동대표도 의원들의 선심성 지역구 예산 확보와 관련해 “자신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해서 자기 예산을 먼저 챙긴다면 깡패 두목과 뭐가 다르겠느냐”고 비판했다.
김 실장은 예산심사 개선책과 관련해 “국민이 예산심사를 방청하거나 국회TV로 중계하는 등 예산심사 투명성을 강화해 예산 증·감액에 대해 의원들이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은 예산안 증액 심사 속기록 작성을 의무화하고 예결위를 상설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남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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