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아메리카인'에서 거쉰은 자동차 경적 소리를 활용하여 도시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
그런가 하면, 메레디스 윌슨이 작사·작곡하고 극본도 쓴 뮤지컬 ‘뮤직맨’은 기발한 소리 묘사로 쾌감을 느끼게 한다. 이 작품은 사기꾼 악기 외판원이 시골을 여행하며 벌이는 좌충우돌 사랑 이야기를 담았는데, 탑승객들이 기차 바퀴 돌아가는 리듬에 맞춰 흡사 랩을 하듯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또한 파티 장면에서 떼를 지은 아주머니들의 따발총처럼 수다스러운 말투를 암탉의 울음소리처럼 익살스럽게 표현한다. 이 작품은 이러한 깨알 같은 재미로 1957년 같은 해에 막을 올린 불후의 명작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를 제치고 토니상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공동주택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최근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른 층간소음도 무대에서는 흥미를 끌 만한 소재다. 사회 문제를 해학적으로 공론화시키며 갈등 해소 방법을 제안할 수도 있고, 다양한 악기와 음성으로 소리를 표현하기에도 적합하기 때문이다. 또한 건물을 반 잘라 놓은 것 같은 무대 세트의 활용도 층간·벽간의 갈등을 연출하기에 효과적이다. 뮤지컬 작곡·작사가인 제닌 테소리가 작곡한 ‘the girl in 14G’는 시끄러운 아파트로 이사 온 젊은 여인의 절규를 담은 재치 있는 노래다. ‘위키드’의 글린다로 역으로도 유명한 뮤지컬 배우이자 가수인 크리스틴 체노웨스의 앨범에 수록되었다. 테소리가 그녀를 위해 특별히 작곡한 것이다. 노래의 주인공이 그간 꿈꾼 고요하고 평화로운 아파트 생활을 즐기려는 순간, 아래층에서 오페라 가수가, 위층에서 재즈 연주자가 발동하기 시작한다. 여자는 남에게 싫은 소리를 잘 못하는 성격이라 속으로 끙끙 앓지만, 결국 견디지 못하고 시원한 목소리로 ‘그만!’을 길게 외치면서 해결을 본다.
이렇듯 소음은 작곡가 혹은 작사가에게 영감을 주고, 작품 속에서 시공간적 배경을 알려주거나 흥미를 배가하는 요소로 활용된다. 소음으로 인한 갈등 상황도 공연에서는 희극적인 상상력으로 해소하곤 한다. 마치 이러한 작곡가들처럼, 평소 그저 거슬리는 소음으로 들었던 다양한 소리를 새로운 각도로 마주해 보면 어떨까. 삶에 창의력과 영감을 얻을 수 있을지도.
공연평론가·중앙대학교 연극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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