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전투기(F-X) 도입을 위한 기종 선정이 임박해지면서 후보기종들의 막판 경쟁이 뜨겁다. 미국의 록히드마틴과 보잉,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 등 F-X에 뛰어든 세계 굴지의 군수업체들이 8조3000억원 규모의 한국 전투기 시장을 놓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어느 누구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초박빙의 접전 상황이다. 부담이 커진 정부도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세계일보는 지난 3월 록히드마틴의 F-35 전투기 시험비행이 한창인 미 플로리다주 에글린 공군기지와 텍사스주 포트워스 생산공장을 현장 취재했다. 지난달에는 미 보잉과 EADS의 전투기 생산공장을 찾아 개발 현황과 한국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이들 업체의 수주전략을 들었다.
EADS는 한국을 향한 구애가 가장 뜨거운 업체다. 자사 전투기인 ‘유로파이터’가 선정되면 도입 예정인 차기 전투기 60대 중 53대를 한국 내에서 최종 조립, 생산하겠다는 유인책에다 상당 수준의 기술 이전과 수십억 유로에 이르는 국내 업체 부품 구매를 약속한 상태다.
EADS는 한국을 향한 구애가 가장 뜨거운 업체다. 자사 전투기인 ‘유로파이터’가 선정되면 도입 예정인 차기 전투기 60대 중 53대를 한국 내에서 최종 조립, 생산하겠다는 유인책에다 상당 수준의 기술 이전과 수십억 유로에 이르는 국내 업체 부품 구매를 약속한 상태다.
유로파이터의 가장 최신 버전인 ‘트랜치3’ 모델이 생산 중인 영국 와튼에 위치한 BAE 시스템스의 유로파이터 최종 조립공장. 이곳에서 15㎞ 떨어진 BAE 시스템스 인근 공장에서는 미 록히드마틴의 F-35 전투기도 만들어진다. EADS 제공 |
한·미 동맹과 함께 EADS가 가장 신경 쓰는 대목은 경쟁기종인 록히드마틴의 F-35가 지닌 스텔스 기능을 뛰어넘는 데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EADS는 그동안 미디어투어에서는 공개하지 않았던 영국 BAE 시스템스사로 기자들을 안내했다. BAE는 록히드마틴의 F-35와 EADS의 유로파이터를 동시에 만들고 있는 세계 유일의 군수업체다. 자연 두 기종에 대한 평가가 기대됐다.
지난 31일(현지시간) 영국 와튼에 위치한 BAE 시스템스를 찾았을 때 BAE 관계자는 마치 한국 상황을 꿰뚫고 있다는 듯 “유로파이터 타이푼과 F-35 조립생산공장은 불과 15㎞ 떨어져 있지만 F-35 공장은 공개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리고는 1995년 유로파이터 시험조종사로 선정된 이래 18년 동안 공군 시험조종사로 활약한 크레이그 펜라이스씨가 스텔스 공격에 나섰다. 그는 F-35 프로그램에도 2년6개월간 참여한 바 있다고 했다. “미래형 전투기에서 스텔스 기능은 부차적”, “스텔스는 전투기 전체성능 중 일부일 뿐”, “전투 상황 파악에 의해 효과가 달라진다”는 등 장황한 설명이 이어졌다. F-X에서 유로파이터와 경쟁 중인 F-35를 겨냥한 것이다.
그는 “어떤 항공기도 모든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없다. 각국의 공중전력 운용 상황에 따른 맞춤형 전투기가 있어야 한다”며 영국 공군이 유로파이터와 F-35를 통합 운용하는 이유도 언급했다. “강력한 공격력을 갖춘 유로파이터는 공대공 작전을 리드하고, 반면 스텔스 기능이 강한 F-35는 적의 대공 방어망을 파괴하는 데 임무 포커스가 맞춰질 것”이라며 두 전투기의 성격을 구분지었다.
“개인적으로는 F-35와 유로파이터를 혼합한 형태, 유로파이터를 다목적 전투기로 사용하고 F-35를 폭격기로 사용하는 것이 한국 공군에 균형잡힌 무력 조합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꺼냈다. 솔깃했다. 하지만 이럴 경우 F-X 사업 자체를 새로 시작해야 하는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F-X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 ‘무장’
국내에 들여올 차기 전투기에는 최소 8000억원에서 최대 1조5000억원대의 무장이 달리게 된다. 이를 염두에 둔 EADS 측은 자신들이 37.5%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미사일 생산업체 MBDA도 공개했다. 런던에서 북쪽으로 고속도로를 달려 3시간30분 만에 다다른 곳은 전형적인 영국 시골마을인 헨로. 이곳에는 MBDA 미사일탄두제조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MBDA는 미국 레이시온과 록히드마틴, 보잉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2위의 미사일 생산업체다. 1978년 설립된 이곳에 기자가 찾은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조립공정은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개발기간만 30년 이상이 소요됐다는 차세대 공대공 미사일 ‘미티어’가 유독 눈길을 끌었다. 한국이 도입하면 기술이전도 가능하다고 했다. 사거리 100㎞대에 마하 4를 넘나드는 속도로 뛰어난 공중 지배 능력을 지녔다는 것이 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MBDA 측은 공대공 미사일로 미티어와 아스람, 대전차유도폭탄인 브림스톤을 F-X 무장으로 우리 정부에 제시한 상태다.
와튼·헨로=박병진 선임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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