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출신 마킬라 열정적 지휘 아래 오케스트라·합창단·관객 ‘하나의 감동’
정명화·백혜선·러시아 출신 브롭친 피아노 3중주… 실내악의 진수 보여줘 대한민국에 안익태(1906∼1965)의 ‘한국환상곡’이 있다면 핀란드에는 시벨리우스(1865∼1957)의 ‘핀란디아’가 있다. 두 곡을 들으며 복받치는 감정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는 건 두 민족이 마찬가지다. 자유와 독립을 위해 일본과 투쟁한 한국의 경험은 러시아의 압제에 저항한 핀란드 역사와 똑 닮았다.
제10회 대관령국제음악제(GMMFS)가 열리고 있는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뮤직텐트에서 27일 밤 핀란드가 낳은 세계적 지휘자 샤샤 마킬라의 지휘로 ‘핀란디아’를 연주했다.
한국은 물론 여러 나라의 정상급 음악인들로 구성된 GMMFS오케스트라는 마킬라의 열정적 지휘에 맞춰 폭풍 같은 선율을 내뿜었다. 이제 합창 순서다. 협연자로 나선 국립합창단의 열창이 가뜩이나 더운 뮤직텐트 안의 공기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샤샤 마킬라가 지휘하는 GMMFS오케스트라와 국립합창단이 27일 알펜시아 뮤직텐트에서 ‘핀란디아’를 연주하고 있다. 대관령국제음악제 제공 |
쉴 새 없이 몰아치던 마킬라의 지휘봉이 뚝 멎는 순간 관객들은 앞다퉈 일어나 손뼉을 쳤다. 핀란드 지휘자로서 ‘핀란디아’ 연주만큼 영광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감격에 겨운 표정의 마킬라는 무대 뒤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 인사하길 대여섯 차례 반복했다. 그동안에도 객석의 기립박수는 좀처럼 멈출 줄 몰랐다.
‘핀란디아’는 오케스트라 연주 못지않게 합창의 비중이 큰 곡이다. 원래 합창단은 따로 지휘자가 있지만,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한 무대에 설 때에는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합창단까지 동시에 지휘한다. 그 때문에 ‘핀란디아’ 공연 내내 국립합창단 이상훈 예술감독은 무대 뒤에 있어야 했다.
공연이 끝난 뒤 마킬라는 이 감독을 굳이 무대 중앙으로 데리고 나와 함께 인사하는 멋진 매너를 보여줬다. 외세의 부당한 침략에 맞서 싸운 두 위대한 민족의 우정을 상징하는 것 같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왼쪽부터 바이올리니스트 보리스 브롭친, 한 사람 건너 피아니스트 백혜선, 첼리스트 정명화가 27일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드보르자크 피아노 3중주를 연주하고 있다. 대관령국제음악제 제공 |
스웨덴 노래 ‘글로리아’ 합창 때에는 남녀 단원 일부가 무대 대신 객석에서 청중과 섞여 있다가 갑자기 노래를 불러 주위를 놀라게 만드는 ‘깜짝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이날 하루 국립합창단이 소화한 곡의 언어만 핀란드어·스웨덴어·라틴어·이탈리아어·영어 등 대여섯 개에 달했다.
첼리스트 정명화, 피아니스트 백혜선, 러시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보리스 브롭친이 함께한 드보르자크 피아노 3중주는 예상대로 실내악의 진수를 보여줬다.
백혜선은 건반을 두드리는 내내 수시로 다른 두 연주자의 ‘눈치’를 살피며 곡이 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애썼다.
나이는 정명화가 백혜선보다 스물한 살 더 많지만, 이날 공연만큼은 백혜선이 ‘엄마’처럼 꼼꼼하게 정명화를 챙겨줬다고 할까. 공연이 끝난 뒤 둘은 다정한 모녀처럼 손을 꼭 붙들고 퇴장했다.
강원문화재단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후원하는 GMMFS는 8월5일까지 이어진다. (033)249-3374
평창=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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