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는 12일과 13일 조합원 4만6027명을 대상으로 벌인 파업 찬반 투표에서 70.8%(재적 대비)가 찬성해 파업이 가결됐다고 14일 밝혔다. 본격적인 파업에 들어가기까지 6일 정도 여유가 있는 상태지만, 노사 간 의견차가 커 극적 타결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6일 17번째 교섭에서 노조요구안에 대한 일괄제시안을 요청했지만 사측이 이를 거부했다며 교섭결렬을 선언했다. 노조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제시한 요구안은 지난해 현대차 순이익(5조2734억원)의 30% 성과급 지급과 통상임금의 800%인 상여금, 61세 정년 보장 등 75개 조항 180개 항목이다. 노조의 요구안을 모두 받아들일 경우 노조원 한 명당 1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고 현대차 측은 밝혔다.
노사전문가들은 노조가 부분파업에서 전면파업으로 점차 강도를 높여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황명근 근로감독관은 “임단협 후 차기 집행부 선거가 예정돼 있어 예년보다 짧지만 강한 투쟁 노선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집행부 수성을 위해선 다른 현장조직(노조 내 성향별 분파)과 선명성 경쟁을 벌여야 하고, 선거 전 협상을 마무리해 성과를 제시하고 싶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 노조 집행부는 지난해 임금협상에서 28일간 파업을 벌여 역대 최대인 1조7000억원의 생산손실을 낸 강성이다.
노조의 파업이 시작될 경우 국내 생산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노조가 전면파업을 벌일 경우 하루 7000여대의 차량을 제대로 생산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파업돌입에 따라 잔업과 휴일특근도 거부할 예정이어서 손실액은 더 커질 수 있다.
현대차 협력업체는 노조 파업 결정에 울상이다.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3800여개에 이르는 협력업체도 연쇄적으로 공장 가동을 중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기범 현대차 협력업체 대표단 회장은 “3∼5월 노조의 주말특근 거부로 협력업체의 매출이 20∼25% 줄어들었다”며 “평일에도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파업에 들어가면 협력업체 피해는 최대 10배로 커질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말특근 중단으로 12주 동안 1조7000억원(8만3030대)의 매출손실을 입었다고 현대차는 밝혔다. 이 손실액의 85%(1조4450억원)는 고스란히 협력업체의 손실로 돌아간다.
현대차 울산공장 인근 북구 명촌동에서 오리고기집을 운영하는 김모(43·여)씨는 “20여년째 매년 노사 간 싸움을 지켜본 시민입장에서는 지긋지긋하기까지 하다”며 “노조가 파업을 시작하면 회식이나 외식이 줄어 20∼40% 매출도 하락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조는 이날 사내하청(비정규직) 노조와 함께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서 성실교섭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울산=이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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