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 업체 경쟁력 유지돼야 고객 흡수 매머드급 상업시설을 조성하면서 많은 시행사는 상권 형성을 위해 저층부인 지하층에 초대형 할인마트와 상층부에 복합상영관을 유치한다. 이는 저층부에서 상층부로 고객을 올려주는 ‘분수효과’와 상층부에서 저층부로 고객을 뿌려주는 ‘샤워효과’를 기대한 업종 구성 형태로, 상권 형성에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할인마트와 영화관만 입점하면 상권 형성에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
영화관은 대형 집객시설 중 하나로 건축 규모에 따라 적게는 5개 관에서 많게는 10여개의 상영관이 동시 입점하는데, 일반적으로 7개 상영관에 만석이 될 경우 총 동원되는 1회 관람객수는 1500명 정도다. 이런 관람객수를 하루 7회 상영 횟수로 환산하면 하루 이용 관람객수는 1만명에 이른다. 이런 산술적인 고객동원의 이점 때문에 분양 상가 중 업종구성(MD)에서 영화관을 핵심 입점업으로 분류하고 대대적인 분양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영화관 입점=상권 형성’이란 등식이 깨지는 상가들도 늘고 있어 샤워효과의 상권 형성에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다.
실례로 경기도 분당 A쇼핑몰은 유명 브랜드 상영관이 입점했지만 영화관과 푸드코트, 테이크아웃 등 일부 업종만 명맥을 유지할 뿐 의류매장은 사람들이 찾지 않아 ‘땡처리 이벤트 장’으로 전락했다. 수도권 B쇼핑몰 또한 정작 쇼핑업종이 입점해야 할 층은 썰렁한 채 영화관만 고객들로 북적인다.
하루 최대 1만여명이 동원될 수 있는 집객력을 자랑하는 영화관이 있는데 왜 쇼핑몰은 장사가 안 될까.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영화관의 관람객 수요예측이 관람석과 상영 횟수의 최대치를 반영해서 생각하지만 실제 많은 상영관이 조조 상영 등 관람률이 높지 않은 시간이 많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둘째, 대다수 관람객의 주 목적은 쇼핑보다 영화 관람이다. 특히 관람객들은 예약문화 정착으로 상영 임박시간에 도착해 바로 상영관으로 간다. 셋째, 영화 관람 후에도 관람객의 대규모 퇴거가 이루어지다 보니 별도의 퇴거 동선 운영으로 관람객이 쇼핑몰에 뿌려지는 수준이 미미하다.
분수효과를 기대하는 할인마트의 고객 특성은 또 어떤가.
첫째, 백화점 고객과 할인마트 고객의 가장 큰 차이점은 소비성향에 있는데 그중 가장 큰 차이점은 할인마트의 고객이 알뜰구매 성향이 강하다는 데 있다. 둘째, 백화점 고객은 다양한 상품에 대한 소비 자체가 목적이지만 할인마트 고객은 대부분 식품과 생필품 위주로 알뜰 먹거리 품목 중심의 소비를 한다.
결론을 내리자면 쇼핑몰의 상권을 리드하는 중심은 영화관이나 할인마트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보다는 쇼핑몰 자체의 업종 구성이나 입점 업체 등에서 경쟁력이 유지돼 상권을 리드할 수 있을 때 영화관 또는 할인마트를 이용하는 고객들도 더욱 많이 흡수할 수 있다. 영화를 보러왔다가 빈약한 쇼핑몰을 이용한다는 본말이 전도된 개념은 더 이상 상가시장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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