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채로 출발한 경전철은 3번째 역에 다다라서야 첫 승객을 태웠다. 한참을 달려 용인시청과 시외버스터미널이 있는 중심부를 지났지만 승객은 달랑 7명. 이날 분당선 환승역인 기흥역까지 30분을 타고 가는 동안 추가로 탑승한 승객은 모두 13명에 불과했다. 돌아오는 길도 상황은 비슷했다.
전철로 꽃배달 택배를 한다는 김모(75)씨는 “경전철이 겉은 깨끗해서 좋은데 사람이 너무 없다”며 의아해했다. 이날 1시간에 걸쳐 전 구간을 왕복하는 동안 경전철을 이용한 승객은 모두 합쳐 27명에 그쳤다. 무인 경전철 1량은 최대 승차인원이 226명이며, 포곡읍에서 기흥역까지 15개역(18.4㎞)을 하루 6∼10분(출퇴근 3분) 간격으로 398차례 달리고 있다. 이미 1조원이 넘는 돈이 들어간 이 사업은 잘못된 정치공약과 부실한 심사가 빚은 대표적 혈세 낭비사례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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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은 고스란히 용인시로 전가됐다. 시는 이 사업을 맡긴 민간업체에 승객부족에 따른 손실분을 메워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2011년 시는 돌연 계약해지에 나섰다가 되레 소송에 휘말려 7787억원(이자포함 약 8500억원)을 물어내기도 했다. 재협상이 체결됐지만 앞으로 30년간 부족한 요금에 대한 보존비와 운영비로 약 1조9400억원의 세금이 더 낭비될 것으로 추산된다.
악몽은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5년 8월 이인제 당시 경기도지사가 업무보고에서 경전철 설치검토를 지시하면서 첫 논의가 시작됐다. 그로부터 4년 뒤 예강환 전 용인시장이 선거 때 이 사업을 핵심공약으로 꺼내들면서 속도가 붙었다. 추진 도중 시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의 비리가 드러나 물의를 빚기도 했다. 숱한 우여곡절 끝에 경전철은 올 4월 개통됐다.
그 후 부자 도시로 유명했던 용인은 빚 수렁에 빠져들었다. 시의 채무는 지난해 6월 3139억원에서 올 6월 6250억원으로 불어났다.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은 39%로 전국 244개 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높다.
급기야 참다 못한 시민들이 시를 대상으로 주민소송까지 제기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주민소송단은 내달 10일쯤 1조127억원(경전철 사업비) 규모의 주민소송을 수원지방법원에 제기할 계획이다. 민자사업에 주민소송이 제기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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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용인경전철 에버라인 무인전동차가 거의 텅 빈 채 운행하고 있다. 지난 4월 말 개통한 이 경전철은 하루 이용객이 당초 예상의 16분의 1에도 못 미치면서 그 손실을 세금으로 메우고 있다. 용인=이재문 기자 |
용인 특별기획취재팀=주춘렬·나기천·조병욱·김예진 기자 investigati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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