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대행사이트 ‘애인 대행’ 감시 강화에 수법 바꿔
유해매체물 적발 올 들어 8631건… 다시 증가세로 “기러기 아빠 환영해요. 시급 아내 해드립니다.”
15일 한 인터넷 역할대행 사이트에는 ‘시급 아내’라는 제목의 글들이 속속 올라와 있었다. 내용은 주로 떨어져 있는 아내를 대신해 가사일에서부터 모든 일을 해 준다는 것들이었다. 비용은 시간당 2만∼3만원이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이 같은 글들은 변종 성매매를 유도하는 글이었다. 게시글에는 ‘아내 역할이면 잠자리도 가능한가요?’, ‘장기계약도 가능한가요?’라는 댓글이 달렸다. 게시자는 ‘시간당 비용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답글을 올렸다.
결혼식 하객, 아이돌봄, 경호원, 부모·자녀 역할 등을 대행하는 사이트를 중심으로 변종 성매매 알선이 다시 활개치고 있다. 애인대행 사이트의 성매매 문제가 불거진 이후 경찰 등의 감시·감독이 강화되면서 주춤하던 변종 성매매는 최근 남편, 아내 역할 대행 등의 수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2008년 심의위가 애인대행사이트를 청소년유해매체물로 분류한 이후 시정요구 조치는 2009년 1881건에서 2010년 5020건, 2011년 6065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이들 사이트에 대한 관리 감독이 강화되면서 5655건으로 다소 주춤했지만 올들어 지난달까지 8631건이 적발되는 등 또다시 급격히 증가했다.
역할 대행이라는 이름만 내건 변종 성매매가 인터넷 상에서 판치고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된 40∼50여개 역할대행사이트 중 일부는 애인대행에서부터 술친구, 이색대행, 성인데이트, 고민상담, 과외선생대행, 여행파트너, 개인대행, 친구대행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대행서비스를 알리고 있었다. 대부분 글에는 ‘돈이면 뭐든 가능’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고, 성매매를 암시하는 내용도 있었다.
게시글과 댓글에는 ‘모든 걸 원할 때 시간당 10만∼20만원’, ‘최고의 애인, 최고의 아내’, ‘외로움을 달래줄 남편’, ‘모든 걸 다해주는 이성 친구’라는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글이 가득했다.
최근에는 스마트기기에서 이용할 수 있는 유사한 애플리케이션이 생겨나면서 역할대행이라는 이름만 내건 변종 성매매가 확산할 우려도 크다. 전문가들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는 성매매 문제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방송통신융합학)는 “우선 온라인 상의 성매매 연결공간의 행태를 면밀히 분석한 뒤 유해적 요소로 걸러내는 작업을 강화하고, 수사기관과 연계한 온·오프라인상 정보공유 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영탁 기자 oy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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