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를 무력으로 진압한 이명박정권을 ‘반민주·반국민정권’으로 규정한다.”(2008년 6월30일 통합민주당 소속 의원 성명)
역대 정권은 보수·진보 진영에 관계없이 5년마다 대선 후유증을 앓았다.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은 16대 대선 5일 만에 전자개표의 오류 가능성을 지적하며 대법원에 당선무효 소송과 투표함 증거보전 신청을 냈다. 17대 대선 뒤에는 ‘대선 무효’, ‘정권 퇴진’ 등을 내걸고 시민사회단체가 주도한 촛불집회에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이 참석해 정부 비판에 가세했다. 당시 양당 모두 “대선 불복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마저도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의 선거 개입 의혹을 둘러싼 작금의 여야 논란과 판박이다.
반복되는 대선 후유증으로 새 정부의 임기 첫해 국정 드라이브는 번번이 발목을 잡혔다. 박근혜정부가 공들인 외국인투자촉진법 등 창조경제 관련 법안이 수개월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올해 국정감사도 여야가 정쟁에 매몰되면서 정작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국감 본연의 역할은 방기했다는 질책의 목소리가 높다. 매년 국감 현장을 감시·평가하는 ‘국정감사 NGO 모니터링단’은 24일 중간보고서를 통해 “기초연금, 세금 논란, 원전비리, 일자리 창출, 소상공인 살리기 등 국민적 관심사안에 대한 대응이 수준 이하였다”며 여야 모두에 C학점을 줬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현행 대통령제가 대선 후유증을 부추기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새누리당 5선 중진 남경필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51대 49의 선거 결과로 100대 0의 권력을 갖는 구조를 고치지 않고는 앞으로도 (대선 불복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분권형 대통령제를 통해 여야가 권력을 나누는 것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수도권 재선 의원은 “개헌을 통해 집권 초 정국 혼란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원래 정기국회 때 개헌안을 발의할 계획이었는데, 정국이 얼어붙은 시점이라 지금은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승자독식의 권력구조를 대선 후유증의 원인으로 꼽는 시각에 동의하고 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차기 집권을 위해 상대의 정당성을 약화시키는 등 제도적 환경의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국회 내 개헌 논의 기구를 마련해 논란을 방지하면서 정치·사회적인 개헌 논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박세준·김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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