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훨씬 작았던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6편의 이야기
이여누 지음/배현정 그림/바람의아이들/8500원 |
초등학교 4학년생 민영·희진·소미는 2학년 때부터 벌써 3년째 어울려 다니는 단짝 친구다. 여느 때처럼 셋이 모여 수다를 떨다가 소미가 비밀을 털어놓는다. “나 어제 엄마한테 브래지어 받았어.” 그러자 희진이 말을 잇는다. “나도 사흘 전에 받았는데…. 답답해서 집에서만 하고 학교 올 때는 안 했어.” 민영은 갑자기 외톨이가 된 기분이다. 가뜩이나 또래보다 체구가 작아 고민하던 참에 ‘걔네들만 훌쩍 크고, 난 영원히 어린애로 남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확 몰려든다.
집에 돌아온 민영이 냉장고 문을 여니 딸기 우유가 있다. ‘민아 외 사용 금지’라고 적힌 쪽지가 붙었다. 고등학교 1학년인 민아는 민영의 언니다. 흥분한 민영이 언니를 붙들고 “나는 딸기 우유 먹으면 안돼”라고 묻자 날 선 대답이 돌아온다. “넌 아직 가슴이 없잖아. 딸기 우유 먹으면 가슴이 커진대. 그래서 먹는 거다.”
동화 작가 이여누씨의 단편 동화 ‘몸에 좋은 딸기 우유’는 어른이 읽어도 배꼽을 쥘 만큼 재미있다. 실제로 한때 사춘기 여자애들 사이에 ‘딸기 우유를 먹으면 가슴이 커진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떠돈 모양이다. 동화 막바지에 민영은 언니 몰래 딸기 우유를 꺼내 마시며 한쪽 가슴을 슬쩍 만져본다.
‘작은 나에게’는 이 작품을 비롯한 총 6편의 단편 동화를 한데 묶었다. ‘보름달에게’는 갓 태어난 동생이 모두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바람에 잔뜩 심통이 난 초등학교 5학년생 ‘나’의 독백이다. 엄마 대신 아기를 돌보는 ‘나’가 잠든 동생을 바라보며 신세타령을 하는 모습이 얄미우면서도 한편으론 사랑스럽다.
‘핸드폰 도둑’의 주인공은 반장이 꼭 되고 싶은 초등학교 5학년생 민수다. 경쟁자인 종우는 새로 산 스마트폰으로 친구들한테 집단 문자를 뿌리며 선거운동을 한다.
단편 동화 ‘몸에 좋은 딸기 우유’의 주인공 민영은 자기보다 먼저 브래지어를 한 친구들이 부럽기만 하다. 민영은 눈길을 슬쩍 내려 애들 가슴을 본다. ‘정말 봉긋 솟은 것도 같네.’ 바람의아이들 제공 |
‘작은 나에게’라는 책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어쩌면 동화는 지금보다 훨씬 작았던 예전의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아닐까. 모처럼 아이와 함께 동심의 바다에 풍덩 빠져보자.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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