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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28일 유럽 동부협력프로그램 회의 개막… 미묘한 ‘삼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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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1-24 19:46:23 수정 : 2013-11-24 20: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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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냐 안보냐”… 옛 소련 국가들, EU·러 사이 ‘선택의 순간’ 옛 소련에서 독립한 국가들이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유럽연합(EU)이라는 거대 시장 및 민주사회와 러시아가 제공할 정치·경제적 안정 보장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일부는 EU로, 일부는 러시아로 마음을 굳혔다. 아직 결정하지 못한 국가들은 EU와 러시아가 내미는 ‘당근과 채찍’을 두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오는 28∼29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리는 유럽 동부협력프로그램 회의를 앞두고 러시아·EU·옛 소련 국가들의 ‘삼각관계’가 복잡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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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소련 국가들 각자 행보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EU와 러시아는 물론 중국도 이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EU는 2009년부터 동쪽에 위치한 우크라이나, 몰도바, 벨라루스, 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6개국과 자유무역, 비자 면제 등을 중심으로 한 동부협력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가장 주목받는 나라는 우크라이나다. 우크라이나는 이 지역에서 인구와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가장 크다. 이번 회의에서 EU와 사실상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하는 정치·경제적 협력에 관한 ‘협력협정’을 체결할 것으로 기대됐던 우크라이나는 지난 21일 돌연 협정 체결 준비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독립국가연합(CIS·옛 소련국가 모임)과의 관계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EU, 자국 3자가 참여하는 경제·통상관계 협의를 먼저 하겠다고 밝혔다.

EU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는 몰도바와 과거 러시아와 전쟁을 벌였던 조지아다. 이들은 이번 회의에서 EU와 협력협정 체결에 관한 논의를 마무리짓겠다는 계획이다.

벨라루스는 러시아 쪽으로 기울었다. 지난해 러시아·카자흐스탄과 관세동맹을 맺었다. 아르메니아는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EU와의 협력협정에 적극적이었지만 지난 9월 러시아 관세동맹에 참여하겠다고 입장을 바꾸었다.

아제르바이잔은 EU와 경제 분야보다는 비자 발급 기준 완화 등에 집중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은 러시아 편에 섰고,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은 양쪽 모두에 거리를 두고 있다.

◆EU vs 러시아 신경전

이 지역 국가들의 선택을 어렵게 하는 것은 EU와 러시아의 세 대결이다. EU와 러시아 모두 상품 시장 확대와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강화를 위해 이들 국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공을 들이고 있다.

러시아는 무역과 에너지, 안보를 무기로 이들 국가를 압박하고 있다. 러시아는 올해 몰도바산 포도주, 벨라루스산 돼지고기와 우유 수입을 금지했다. 조지아에는 포도주와 광천수 수출을 중단하고, 국경지역에 새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며 위협하고 있다.

아르메니아에는 영토 분쟁 중인 아제르바이잔에 무기를 제공하겠다고 협박해 결국 EU와 협정 체결을 포기하도록 했다. 우크라이나가 EU와 협정 준비를 중단한 것도 러시아 영향이 크다. 러시아는 지난 7월 우크라이나에 제과 품목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대신 관세동맹에 가입하면 가스값을 인하해주겠다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들 국가들을 끌어들여 2015년 ‘유라시아경제연합(EEU)’를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들 국가는 러시아와 언어, 문화를 공유하고 있어 이질감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과거처럼 러시아 위성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EU와 손을 잡으면 경제발전과 민주가치 확대, 현대화 기회를 얻게 된다. 보유한 자원과 상품을 더 넓은 시장에 수출해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다. EU는 동부협력프로그램을 위해 2010∼2013년 예산 6억유로(약 8590억원)를 배정하고, 비자 면제, 각종 인프라 구축비용 지원 등을 약속하고 있다. 다만 EU 선진국의 상품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과 협력의 조건으로 높은 수준의 정치·사법 개혁, 인권 증진 등을 요구받고 있다는 점은 걸림돌로 작용한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워싱턴 본부의 사무엘 채럽 연구원은 “EU와 러시아는 이들 국가에 ‘제로섬 선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이 지역의 정치·사회적 분열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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