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전투기(KFX) 모형. |
하지만 현대 기술의 총아라 불리는 전투기 개발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개발에 성공한 나라는 극히 적고, 수출에 성공한 국가는 더더욱 적은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이러한 시각으로 볼 때 스웨덴은 가장 성공한 사례에 속한다. 오랫동안 중립을 지켜온 스웨덴은 일찍부터 자주국방의 길을 걸었다. 때문에 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국산 전투기 개발에 온힘을 기울였다.
그 결과 탄생한 전투기가 바로 ‘드라켄’과 ‘그리펜’이다. 1955년 등장한 드라켄은 산이 많은 스웨덴의 특성을 고려해 500m 길이의 고속도로에서도 이륙이 가능하도록 개발됐다. 당시로서는 첨단 기술인 초음속 능력을 갖고 있어 핀란드, 오스트리아, 덴마크가 도입하기도 했다.
1988년 첫 비행을 마친 그리펜은 스웨덴 항공 기술의 집약체라 불릴 정도로 우수한 성능을 과시한다. 700m 길이의 비포장도로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했고 30분~1시간안에 정비와 급유가 가능할 정도로 유지보수가 간편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남아공, 체코 등에 판매됐다.
반면 대만과 이스라엘은 전투기 개발 과정에서 발목이 잡힌 사례로 꼽힌다.
이스라엘은 1980년대 ‘라비’ 전투기 개발에 착수한다. 하지만 관련 비용의 상당액을 부담하던 미국이 F-16, F/A-18 해외판매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고 자금 지원을 취소하자 개발을 중단했다.
대만 역시 1980년대 미국 기업들의 지원을 받아 국산 전투기를 개발에 돌입했다. 그 결과 1989년 ‘경국’ 전투기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중국을 의식한 미국 정부의 견제로 엔진 추력 등 일부 성능이 당초 계획에 못미쳤다.
스웨덴, 대만, 이스라엘은 모두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예산 문제로 프로젝트를 포기했고, 대만은 미국의 견제로 원하는 수준의 전투기를 손에 넣지 못했다. 반면 스웨덴은 자국의 안보를 독자적으로 지킨다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빠듯한 예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우수한 성능의 전투기를 잇달아 선보였다.
스웨덴과 대만, 이스라엘의 사례는 전투기 개발이 성공하려면 체계적인 프로젝트와 비용 관리, 정부의 강한 의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우고 있다. 한국형전투기(KFX) 개발 여부를 놓고 타당성 조사와 갑론을박을 반복하는 우리나라에게 가장 필요한 것도 바로 이러한 요소들일 것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