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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입은 글자… 정형화 된 이미지에 대한 성찰

입력 : 2013-12-24 21:03:24 수정 : 2013-12-25 00: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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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인디애나·박미나 작가 전시회 가장 심플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사랑, 예술 등의 단어를 통해 가장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 작가와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는 이미지와 색에 대해서 성찰해 보는 작가가 있다. 로버트 인디애나와 박미나 작가를 두고 하는 말이다.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내년 1월 5일까지 회고전을 열고 있는 로버트 인디애나(85)의 전시가 국내에서도 내년 1월12일까지 갤러리 현대에서 열린다. 앤디 워홀과 함께 가장 영향력 있는 팝아티스트로 재평가받고 있는 그는 작품 ‘러브’로 대중적 사랑을 받았지만 누구나 사랑하는 이미지 탓에 온갖 기념 상품에 불법적으로 사용되는 수난을 겪었다. 저작권의 보호를 받지 못해 흔해진 작품 이미지는 미술 전문가들이 인디애나를 대중, 상업 작가로 취급하게 만들었다. 그는 이런 시선에 환멸을 느끼고 1978년에 미국 메인주의 바이널헤이븐 섬으로 이주해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

로버트 인디애나의 ‘러브’ 2013 Morgan Art Foundation, Artists Rights Society(New York) /SACK (Seoul)
그는 “사랑은 삶의 모든 양상을 담고 있는 것이고, 그것이 곧 팝이다”라고 자신의 예술세계를 정의했다. 예술에 그래픽과 디자인적 요소를 도입하여 삶과 예술의 간격을 좁히고 일상적인 환경을 예술화한 것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는 그는 LOVE, ART, EAT, DIE 등과 같이 단순하고 상징적인 문자나 숫자, 기호 등을 과감한 색채로 표현한다. 작가는 이 단어들을 통해 사랑, 삶, 죽음 등 인류가 장시간 동안 고민한 가장 철학적이고 근원적인 이슈들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팝아트가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얼마나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02)2287-3585

박미나(40) 작가는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접했던 12색 유화물감을 시중에서 구입해 작업을 한다. 색이 똑같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제조 회사별로 뚜렷한 차이를 발견한다. 우리가 별과 달 등의 이미지도 실체와 상관없이 그냥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점도 환기시킨다.

“저의 인식의 틀과 제가 사용하는 도구의 민낯을 알아야 제가 무엇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그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7개 물감회사에서 나오는 12색 유화 물감 세트 11개로 작업을 했다. 정방형 캔버스에 회사별로 붙인 고유의 색채 명칭과 배열 순서에 따라 물감을 입혔다.

박미나의 ‘12색 지구과학 색연필 드로잉’ 연작. 정형화된 일상적 이미지에 대해 반성적 사고를 환기시켜 주는 작품이다.
0호부터 200호까지 초상화(Figure) 용도로 규격화된 캔버스 22개엔 작가가 그동안 만났던 인물들에 대한 이미지들이 무채색 추상화로 그려져 있다. 작가와의 인연의 색깔들이 감성적으로 표출된 초상화인 셈이다. 스무 살에 만난 첫 남자친구의 초상을 그린 작품에는 짧은 만남이었지만 모든 게 미숙해 끝내 상처투성이로 남은 첫사랑의 강렬한 인상이 손바닥만 한 캔버스에 담겼다. 밋밋하고 눈에 띄지 않는 짙은 회색의 작품은 드러나지 않지만 묵묵히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어머니의 초상화다.

수백 권의 학습용 ‘색칠공부’를 모아 온 작가는 도형의 기본인 해와 달, 별의 이미지가 담긴 낱장을 일일이 분류한 뒤 12색 색연필 등을 사용해 해와 달, 별만 남겨두고 색칠했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해와 달, 별 등의 정형화된 이미지에 대한 반성적 고찰이라 할 수 있다. 내년 1월19일까지 국제갤러리. (02)735-8449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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