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대 국회 때만 해도 의원발의안은 167건에 그쳤다. 정부가 제출한 법률안 561건을 더해도 4년 동안 국회에서 다룬 법안 수는 1000건에 한참 못 미쳤다. 근래엔 딴판이다. 법안이 미친 말처럼 폭주한다. 정부제출안을 제외해도 그렇다. 16대 1912건이던 의원입법안은 18대 1만2220건으로 폭증했고, 19대 들어서는 손쓰기조차 어렵게 증세가 악화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19대 발의 법안 총건수가 18대 곱절에 달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10건 중 9건 이상이 의원입법이란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법안 상정이 상대적으로 쉬운 허점이 악용되는 것이다. ‘청부 입법’ 등의 추문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대한민국은 규제만능 사회다. 정부가 규제 철폐를 외쳐도 규제 총수는 되레 늘어난다. 오죽하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지난해 11월 ‘해마다 1000개씩 늘어나는 규제, 이대로 둘 수 없다’ 토론회까지 열었겠는가. 국회만 열리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규제입법이 규제공화국의 초석을 이루는 것이다. 19대 법안 상당수도 ‘중요규제 사무’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그 처리 실적이 10.65%로 전례없이 낮은 것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다.
입법권은 삼권분립 원칙에 토대를 둔 국회 권한이다. 부작용과 역기능이 크다고 원천적 제약을 가하는 것은 찬성할 수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하지만 의원입법 폐해를 덜 개선 작업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국회가 스스로 해야 할 일이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11월 법안 제출 시 재원확보안까지 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일명 ‘페이고 법안’을 발의했다. 전향적 검토가 요구된다. 새 법안 제출 시 규제영향평가를 의무화하는 개혁 또한 조속히 실행돼야 한다. 악법에 가까운 법안 발의와 처리를 국회의원 평가의 주요 잣대로 삼는 잘못된 관행도 이제 접을 필요가 있다. 벌을 주지는 않을망정 상을 주는 게 말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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