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과 18일 양일간 학생회가 주관한 신입생 환영회 행사인 ‘도담 프로그램’에 참가한 부산외국어대 신입생 서모(21)양은 떨리는 목소리로 사고 당시를 회상했다.
“갑자기 ‘쾅쾅쾅’하는 소리와 함게 천장이 무너지면서 눈이 막 쏟아져 들어왔어요. 조명이 꺼질려고 깜빡깜빡해 다들 비명을 지르면서 뛰쳐나왔어요.”
사고 현장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서양은 곧바로 휴대폰으로 119에 신고했다. 서양은 “이후 계속 비명소리가 들린 것 외에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은 아비규환에 가까웠다. 빠져나온 학생들은 응급차에 실려가면서 엉엉 소리내 울었고,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학생들은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었다.
말레이인도네시아과 신입생 김모(19)양은 “아시아대학 오리엔테이션 마무리 중에 갑자기 무대앞에서부터 눈과 지붕이 무너져 내려 무작정 동기들과 출입문을 향해 뛰어갔지만 눈과 지붕이 온몸을 덮쳤다”며 “숨쉬기 힘들어 죽는구나 싶었는데 밖에 있던 사람들이 눈과 지붕을 치워 겨우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어과 신입생인 유모(19)양은 “무대 위에는 사회자 혼자 서 있었는데 갑자기 지붕이 무너져 내리자 대피하는 학생들이 서로 뒤엉켜 넘어지면서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여한 한 신입생 이모(19)군은 “너무 갑자기 당한 일이라 진행요원이나 교수가 통제할 상황이 아니었다”며 “문쪽에 가까이 있어 간신히 빠져나왔지만 건물더미에 깔린 학우들을 생각하면 눈물만 나온다”고 말했다.
눈 무게 못이기고 무너진 조립식 건물 17일 오후 경북 경주시 양남면 마우나오션리조트의 2층 규모의 조립식 체육관 천장이 무너져 내려 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리조트가 산 중턱에 있는데다 도로가 좁고 눈이 쌓여있어 구조 중장비의 현장 접근이 늦어졌다. 경주=연합뉴스 |
인명피해가 발생한 부산외국어대는 충격에 휩싸였다. 부산외국어대 남산동 캠퍼스 대학본부 2층에 마련된 사고수습대책본부에는 정해린 총장을 비롯한 전 직원들이 출근해 사고현장에 나가있는 직원들과 연락을 하면서 상황을 파악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대책본부 등에는 학생들의 안부를 묻는 전화가 빗발쳤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이날부터 19일까지 1차와 2차로 나눠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날 1차로 단과대학인 유럽미주대학과 아시아대학 신입생 660명과 재학생 352명 모두 1012명이 리조트로 떠났다.
상경대와 인문사회대, 이공대 신입생 530명과 재학생 67명은 2차로 18일 출발할 예정이었다.
붕괴사고가 발생한 순간 체육관에는 아시아대 학생 500여명이 있었으나 붕괴조짐이 보이자 400여명이 건물을 빠져나왔으나 100여 명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학 이광수 교수는 사고 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올해 학교는 새로 캠퍼스를 이전했으니 학내(행사를) 하면 좋겠다는 이유로 멀리 가서 행사하는 것을 반대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올해 신입생 환영회는 학교 당국이 재정 지원을 하지 않았다”며 “총학생회 행사로 진행되면서 재정상 시설이 더 좋지 않은 곳에서 행사를 하지 않았나 싶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경주·울산=이정우·이보람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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