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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제공 시각장애 앓았고, 선조 정신분열증 시달려

입력 : 2014-03-18 21:52:44 수정 : 2014-03-19 09:5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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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빛낸 66명의 장애인 발굴
‘인간 승리의 표본’ 책으로 묶어 펴내
채제공(1720∼1799)은 조선 후기의 개혁 군주 영조와 정조를 바로 곁에서 보필한 신하이자 유명한 학자다. 채제공에 관해선 많은 기록이 남아 있으나, 정작 그가 심한 사시(斜視)였다는 건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채제공은 두 눈이 각기 다른 곳을 보는 고통에 시달리다 나중엔 한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이반·정범·김복산 3인은 조선시대 궁중음악을 관장한 관습도감에 속한 연주자였다. 이들은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이었지만 빼어난 가야금 솜씨로 인정을 받았다. 음악에 일가견이 있는 세종은 이들을 특히 아꼈다고 한다.

우리 역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장애인들의 기록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방귀희(사진)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대표가 정창권 고려대 교수 등과 공동으로 펴낸 ‘한국장애인사’(솟대)가 그것이다.

책은 조선시대에 태어난 장애인 66명을 발굴해 각종 문헌에 나타난 그들의 활약상을 정리했다. 우리한테 익숙한 세종·선조·숙종 등 임금들도 포함시킨 점이 이채롭다. 저자들에 따르면 세종과 숙종은 시각장애를 앓았고, 선조는 극심한 조현병(정신분열증)에 시달렸다.

조선 중기에 영의정을 지내며 임진왜란 수습 과정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이원익(1547∼1634)은 키가 1m가 조금 넘는 왜소증 환자였다. 요즘 같으면 외모로 차별받았을 가능성이 크지만 저자들은 각종 자료를 섭렵한 뒤 “불이익을 당한 흔적은 없고, 오히려 아주 안정적인 관직 생활을 했다”고 결론지었다.

옥분(1892∼?)은 구한말 한국을 찾은 외국인 선교사의 눈에 띈 하층 여성이다. 동상에 걸려 두 손과 왼쪽 발을 절단한 지체장애인이었으나, 늘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잃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했다고 한다.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김동호 위원장은 추천사에 “어려움이 많은 장애인들이 조선시대에 빛나는 업적을 이룬 것 자체가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라고 적었다.

소설가 조정래씨도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펼쳐 보여주는 장애인들이야말로 존경받아 마땅한 삶의 위대한 스승”이라고 책의 의미를 높이 평가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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