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폭리… “효능 같다” 뻔뻔 직장인 최모(48)씨는 비타민C를 매일 6000∼9000㎎ 복용한다. 3년 전 피로 해소, 감기 예방, 피부미용은 물론이고 동맥경화와 대장암 예방에도 효과가 크다는 정보를 접한 뒤 끼니 때마다 거르지 않고 비타민C를 챙겨 먹고 있다.
실제 비타민C 1000㎎ 한 알은 피망, 파프리카, 시금치, 딸기, 레몬 등 과일과 채소에서 얻을 수 있는 비타민 성분을 고루 함유해 필수 건강기능식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문제는 비타민C의 원료다. 국내외 제약업체들이 국내에서 유통하는 비타민C의 원료는 대부분 중국산인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중국산 원료를 사용하는 제약업체는 영국산 원료와 효능 차이가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근 이마트에서 중국산 원료를 사용한 반값 비타민C를 선보이면서 제약업계가 그동안 폭리를 취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D제약, Y제약, L제약 등 대다수 제약회사에서 판매 중인 비타민C 제품의 원료는 모두 중국산이다. 이들 제품에는 원료산지 표시가 없어 중국산인지 확인할 수 없다”며 “업계는 약 95%가 중국산 원료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제약업체가 중국산 원료로 만든 비타민을 취급하는 것은 원료 가격이 영국산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제약업체로서는 마진이 좋아 중국산 비타민 제품을 선호하는 것이다. 실제 최근 논란을 부른 이마트 ‘반값 비타민’은 1000㎎ 1정 가격이 49.5원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많이 팔리는 미국 GNC사의 비타민C는 500㎎ 1정 가격이 172원으로, 비타민 함량이 이마트 ‘반값 비타민’의 절반인데도 가격은 3배 이상 비싸다. 둘 다 원료는 중국산이다. 기존 제약사들이 같은 중국산 비타민C를 원료로 사용하면서도 가격을 높게 책정해 폭리를 취한 셈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약국에서 판매하는 비타민C 제품과 이마트 반값 비타민의 성분과 효능은 다를 게 없다”며 “비타민 가격을 낮추기 위해 반값 제품을 내놓게 됐고, 가격을 크게 낮춰도 마진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 영국산과 중국산 비타민C의 품질 차이는 과연 어떨까. 중국산 원료를 쓰는 제약사들은 ‘똑같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에서 만들면 중국산이고, 영국에서 만들면 영국산이라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과 영국산의 차이는 사실상 없다. 단지 중국산 표시를 하지 않는 것은 중국산에 대한 소비자들의 안 좋은 이미지를 불식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이마트에 중국산 반값 비타민을 공급한 고려은단은 프리미엄 비타민C 제품도 판매하고 있는데 원료는 영국산이다. 고려은단측은 “유럽산 옥수수에서 추출해 만든 DSM사의 영국산 비타민C 원료를 사용하는데 탁월한 안전성으로 세계적으로 신뢰를 얻고 있다”고만 밝혔다. 영국산이나 중국산의 효능 차이는 설명하지 못했다.
현행 농수산물 원산지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농산물, 수산물, 가공식품 등에는 각각 원산지를 표시하는 기준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비타민은 식품첨가물로 분류돼 원산지 표시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제약사들은 이처럼 허술한 법망을 이용해 국내 소비자들을 속이고 비타민C를 팔아왔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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