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전남 진도 해상서 침몰한 세월호 선사 측이 사고 초기 장비 부족과 안내 방송 부실 등 초동 구조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구조를 나온 구조대가 로프 등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출동해 여객선에 진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여객선 침몰 사고로 탑승객 462명 가운데 6명이 사망하고 176명이 구조됐다. 나머지 280명은 배 안에 갇힌 채 실종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모(52·서울시 송파구)씨는 “구조자들 사이에서는 선사 측이 사고 발생 직후 침수 상황을 승객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인명피해가 상상외로 컸다는 이야기들이 돌았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또 “ ‘쿵’하는 소리와 함께 배가 왼쪽으로 기울었는데도 선사 측은 ‘움직이지 말라, 곧 정상화된다, 움직이면 침수가 더 빨라진다’는 안내 방송만 했다”며 “객실에 물이 차오르자 일부 승객들이 밖으로 뛰어나왔다”고 말했다. 선내 방송을 들은 상당수 승객들은 선실에서 갑판으로 올라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선사 측의 방송대로 움직이지 않았던 승객들은 배가 뒤집어지면서 배에 갇혔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선사 측의 방송을 듣지 않고 갑판으로 올라온 승객 대부분은 바다에 뛰어들어 구조대에 의해 구조가 됐다.
급박한 구조 16일 오전 8시 58분쯤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 해상에서 인천에서 제주로 가던 중 사고로 기울어진 채 침몰 중인 여객선 세월호에 헬기가 동원돼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목포해경 제공 |
필사의 탈출 목포해경 대원들이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해상에서 침몰 직전인 세월호에서 바다로 뛰어든 승객을 구조하고 있다. 목포해경 제공 |
구조 장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객실 아래 선실에 머물던 승객들의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선실에 있다가 배가 기울어지면서 갑판으로 올라가려던 승객들에게는 로프 등 장비가 필요했다. 하지만 주변에 이런 장비가 없어 발만 동동 굴렀다는 구조자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결국 일부 승객들은 커튼을 연결하거나 소방호스를 꺼내 로프를 만들어 가까스로 갑판으로 탈출했다. 또 선실 옆의 유리문을 깨뜨려 탈출해야 되는데, 주변에 도구가 없어 난감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구명조끼가 없어 바다에 뛰어내리지 못한 승객도 있었다. 주로 내부인 선실에 구비돼 있는 구명조끼를 챙겨 나오지 못한 승객들은 다시 선실에 내려가기도 했다.
배가 기울면 전원이 차단돼 선내 엘리베이터와 문 등이 잠겨 객실에 있던 승객들이 꼼짝없이 갇힌 것도 인명 피해를 키웠다.
헬기 구조를 나온 구조대도 밧줄을 내리지 못해 갑판에 있던 승객들의 발만 구르게 했다.
선박 침수가 신고된 지 30분 만인 이날 오전 9시30분쯤 서해지방경찰청 특공대 등 항공기와 헬기 12대가 투입됐지만 초기 구조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갑판이나 선상에 있던 승객들이 손을 흔들면서 구조를 요청했지만 헬기와 항공기에서 사다리 등을 내리지 못했다. 오히려 일부 승객들은 헬기 등에서 나오는 강풍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기도 했다.
진도=한승하 기자 hsh6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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