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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책임은 저에게”… ‘세월호 영웅’ 거명하며 끝내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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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5-19 20:01:53 수정 : 2014-05-19 22: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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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24분 담화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대국민담화에서 복받치는 감정을 좀처럼 숨기지 못했다. 간간이 떨리던 목소리는 세월호 침몰 사고 과정에서 의인의 면모를 보인 일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이름을 호명할 때 눈물과 함께 잠겨 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정각 춘추관 브리핑룸에 모습을 드러냈다. 굳은 표정으로 연단에 오른 박 대통령은 희생자 유가족과 국민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 뒤 곧바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대통령으로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박 대통령은 “살릴 수도 있었던 학생들을 살리지 못했다”며 정부의 허술한 초동대응이 희생을 키운 점을 담담히 인정했고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고 한 뒤에는 2초 정도 말을 잇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해경의 구조업무 실패를 지적하고 부정부패 척결 의지를 피력할 때는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으나 살신성인의 모습을 보이다 희생된 이들의 이름을 부를 때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담화 말미 권혁규군을 비롯해 최혜정 교사, 정현선·양대홍씨 등 승무원, 민간잠수사 이광욱씨 등 ‘세월호 영웅’들의 이름과 선행을 일일이 언급할 때 눈물을 참으려는 듯 가까스로 말을 이어갔고, 그 바람에 ‘최혜경, 정한선’으로 이름을 잘못 부르기도 했다. 누르고 눌렀던 눈물은 결국 “저는 이런 분들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할 때 왈칵 쏟아졌다. 공식 석상에서 박 대통령이 눈물을 흘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안전의 중요성을 되새기기 위해 추모비를 건립하고 4월16일을 국민안전의 날로 지정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위로를 전하고서 다시 고개를 숙인 뒤 질의응답을 받지 않고 퇴장했다. 담화는 9시24분에 끝났다. 담화에는 ‘안전’이 35차례로 가장 많이 등장했고 ‘국민’(26회)과 ‘책임(11회)이 뒤를 이었다.

담화 발표장에는 평소와 달리 수석비서관이나 각료가 나타나지 않아 대대적 개편을 예고했다. 청와대에선 민경욱 대변인과 최상화 춘추관장을 비롯해 제2부속비서관, 의전비서관 등 필수 실무진만 기자석 뒤에 나란히 앉아 자리를 지켰을 뿐이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에게 공식 사과하는 자리인 만큼 참모진은 배석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참사 수습책의 일환으로 내각과 함께 청와대 참모진도 대규모 문책성 개편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담화에 참석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번 대국민 담화에 담을 메시지를 놓고 깊은 고민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재난방재시스템 확립과 공직사회 개혁 방안 등 후속 개혁조치 내용은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이 주도해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유 수석이 만든 초안에서 담화에 담을 내용을 압축하는 데에도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세월호 참사 앞에서 속수무책이던 정부에 여론이 들끓고 있다는 점에서 대국민담화를 통한 진솔한 사과로 민심을 추스르지 못할 경우 국정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재홍 기자 h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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