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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치레 이벤트 그만… '사이버 경조사' 뜬다

입력 : 2014-07-07 06:00:00 수정 : 2014-07-07 08:5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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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적·번잡스러운 행사서 탈피, 홈피 만들어 돌찬치… 조문도 받아
모여진 축·조의금으론 이웃돕기
주부 임세와(30)씨는 지난달 아들의 첫돌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지인들을 초청해 아이의 생일을 축하하고 싶었지만 단순히 일회성으로 끝나는 행사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임씨는 고민 끝에 온라인 상에서 돌잔치 행사를 치르는 ‘사이버 돌잔치’를 열었다.

임씨는 아이의 사진과 이야기가 담긴 홈페이지를 만들고 지인들에게는 인터넷 주소로 초대 메시지를 보냈다. 지인들은 방명록에 축하 메시지를 남기고, 클릭 몇 번으로 축의금을 보냈다. 이렇게 모은 축의금은 아프리카에 염소를 보내는 데 기부됐다. 임씨는 “아들에게 의미 있는 첫 생일 추억을 안겨주고 싶었다”며 “다른 사람도 도울 수 있어 나중에 아이가 자라면 자랑스러워할 것 같다”고 말했다.

허례허식을 뺀 ‘사이버 경조사’가 인기를 끌고 있다. 형식적이고 번잡스러운 행사는 지양하고, 온라인 공간을 통해 기쁨이나 슬픔을 나누며 경조사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6일 국제아동권리기관인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2012년 7월 문을 연 ‘나눔 첫 돌잔치’ 사이트에서 지난달 말까지 사이버 돌잔치를 치른 아이는 444명에 달한다. 사이트에는 돌잔치 소식을 듣고 방문한 지인이 3639명에 이른다. 이들의 축의금으로 모인 돈은 1억7000여만원. 이 돈은 세이브더칠드런을 통해 국내 저소득층 아동이나 아이티·방글라데시·네팔 등 저개발국가 아동들을 위해 쓰였다.

지난 4월 사이버 돌잔치를 열었던 박미정(여)씨는 “돌잔치에 다니다 보면 과시하기 위한 행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이버 돌잔치는 소박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어 돌잔치의 본래 의미와도 잘 맞는 것 같다”고 전했다.

‘사이버 조문’도 인기다. 강동 경희대병원과 인하대병원 등 대형병원 장례식장은 홈페이지에 조문글을 작성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인이나 상주명을 선택한 뒤 글을 남기면 상주에게 전달되는 형식이다.

아예 모든 절차를 온라인에서만 진행하는 ‘사이버 장례식장’도 생겼다. 노인복지단체인 ‘한국골든에이지포럼’은 이달 1일 국내 처음으로 ‘사이버 장례식장’을 열었다. 장례식이 상업화되면서 유족과 조문객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사망자 한 명의 평균 장례비용은 1208만원에 달했다.

사이버 장례식을 원하는 상주는 3만원 정도의 입회비를 내면 ‘장례 닷컴’ 사이트를 통해 장례식을 치를 수 있다. 조문객들은 상주에게서 전달받은 비밀번호를 입력한 뒤 사이트에 접속, 인터넷 화면을 통해 분향과 헌화, 추모글을 작성하고 조의금을 전달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사이버 장례식을 진행한 사람은 없지만 최근 관련 문의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럼이 2012년부터 제공해온 ‘사전장례의향서’에는 현재까지 2만여명이 참여했으며, 이들은 대부분 약소한 장례식을 치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 남성은 사전장례의향서를 통해 “본인 사망 시 장례식 자체를 생략하고, 사망 시 입고 있던 옷 그대로 화장해달라”고 남기기도 했다.

포럼의 한 관계자는 “최근 장례식은 고인에 대한 추모보다 유족의 부와 명예를 과시하는 형식적인 행사가 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유족과 조문객의 부담을 줄이는 사이버 장례식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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