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차 랩퍼’ 바스코가 뜬금없는 정체성 논란이 시달리고 있다.
지난 14일 방송된 Mnet ‘쇼미더머니3’에서 바스코는 ‘Guerrilla`s Way’로 파워풀한 무대를 꾸미며 바비에게 압승을 거뒀다.
바스코의 저력과 에너지가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Guerrilla`s Way’ 였지만 문제는 다소 엉뚱한 곳에서 불거져 나왔다. 바스코가 보여준 무대는 ‘힙합’이 아닌 ‘락’이라는 것이 바로 그것.
실제 바비와 올티는 바비와 올티는 “‘트로트엑스’에서 힙합을 하는 것과 똑같지 않느냐. ‘나는 록스타다’를 만들어 달라”라고 불만을 드러냈고, 프로듀서인 산이 역시 “이런 건 린킨 파크(Linkin Park)나 하는 거다. ‘쇼미더머니’인지 ‘쇼미더기타’인지 모르겠다”라고 바스코의 노래에 ‘락’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갔음을 지적했다.
사실 ‘어떤 가수가 무슨 장르인가’ 하는 논쟁은 음악계 상당히 오래되고 케케묵은 주제이다.
재미있는 점은 ‘장르 논쟁’은 가수 본인이 ‘이 노래는(혹은 앨범은)어떤 장르이다’라고 명확하게 밝혀도 듣는 사람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으로, 또한 이런 논쟁은 결국 (당연히)가수의 뜻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Guerrilla`s Way’로 발생한 바스코의 ‘락커 논란’도 결국은 ‘힙합’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보여준 여타 프로듀서의 태도는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 있다. 바스코 본인 스스로가 힙합을 하고 있다는 정체성이 확고한 가운데 오히려 프로듀서들이 나서서 소모전에 가까운 장르논쟁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산이의 말처럼 바스코의 ‘Guerrilla`s Way’에는 린킨파크를 연상시키는 요소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린킨파크가 아무리 힙합에 가까운 음악을 발표 한다고 해도 이들을 ‘락 밴드’가 아닌 ‘힙합크루’라고 부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릴웨인(Lil Wayne)은 2010년, 스스로 락커를 표방하며 ‘Rebirth’를 발표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랩퍼로 인식하지 락커라고 부르지 않는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퍼프대디(Puff Daddy)는 이미 1998년에 ‘Come With Me’에 무려 레드제플린(Led Zeppelin)의 ‘Kashmir’를 샘플링하고 지미 페이지(Jimmy Page)가 직접 기타를 연주했지만 그때도 지금도 ‘Come With Me’를 락송이라고 하지 않는다. 물론 퍼프대디를 락커라고 부르는 사람도 없다.
더욱이 힙합과 락의 결합, 락과 힙합의 결합은 (오히려 이제는 유행이 지났다고 평가받을 만큼)양쪽 장르 모두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시도로, 바스코의 ‘Guerrilla`s Way’가 락이냐 힙합이냐 논쟁을 불러일으킬 만큼 색다르거나 실험적인 무대였던 것도 아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바스코를 둘러 싼 '락커논란'은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할 정도로 쓸모없는 소모전에 지나지 않는다.
‘힙합이 아니다’라는 주변의 비판과 지적에 바스코는 “14년 동안 힙합을 해왔다. 판소리에 랩을 해도 내가 하면 힙합이다”라고 다소 오만해 보이기까지 한 답변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락’이냐 ‘힙합’이냐 하는 쓸모없는 소모전적인 논쟁에서 바스코가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적절하고 완벽한 답변이기도 하다.
최현정 기자 gagnra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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