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다복용 우려…전문가 “영양성분 표시해야”
#. 경비원 김현동(가명, 70)씨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박카스부터 찾는다. 나른하고 기운이 없을 때 박카스를 마시면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김씨의 집에는 항상 박카스가 박스 채 쌓여있다. 이런 식으로 그는 하루 평균 다섯 병을 먹는다. 무려 50년 동안이다.
동아제약 자양강장제 박카스는 1963년 첫 출시 이후 국민 피로회복제로 불릴 만큼 소비자에게 널리 사랑 받아 왔다. 하지만 무턱대고 박카스를 복용 했다간 자칫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박카스에도 탄산·과즙음료와 마찬가지로 다량의 당류(설탕)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박카스D’ 한 병(100ml)당 당류(설탕)는 9g으로 탄산음료 수준의 설탕이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즉 박카스 한 병의 10분의 1은 설탕으로 이뤄진 셈이다.
이는 탄산음료인 사이다(칠성사이다250ml, 21g)보다 설탕 함유량은 더 많고, 콜라(코카콜라250ml, 26g)와는 비슷한 수치다. 결국 김씨가 하루에 박카스를 통해 먹는 설탕의 양은 국민 하루 평균 당류 섭취량(61.4g, 2012년 기준)의 약75% 정도다.
여기에 또 박카스를 먹으면 느끼는 피로회복 효과는 주성분인 타우린(2000mg)과 이노시톨 (50mg), 비타민B보다 당분 섭취에 따른 활력증진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박카스에는 생각만큼 많은 자양강장 성분이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립암센터 명승권 가정의학과 박사는 “(박카스의)개별 구성성분이 특정 증상이나 질병상태를 개선한다는 임상적 근거는 전반적으로 부족하다. 따라서 구성성분 용량 수준에서는 긍정적인 효능을 기대하기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사가 주장하는 효능은 박카스를 이용해 반복적인 대규모의 임상시험을 통해서 입증 된 것이 아닌, 성분별로 시행된 일부 동물실험과 일부 소규모 임상시험을 토대로 한 가설에 불과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즉 기대할 만큼의 임상적 효과를 보려면 박카스를 여러 병 섭취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음료와 달리 박카스에는 칼로리나 설탕 등 함량이 표시돼 있지 않아 이를 따져가며 먹기란 쉽지 않다.
현행법상 박카스는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이 같은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약사법에 따라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사용상의 주의사항이나 효능·효과, 용법·용량만 표시하면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전문가들은 박카스의 오·남용에 대해 영양성분표시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강사회를위한 약사회 백용욱 사무국장은 “일부 약사들은 박카스의 카페인 성분 때문에라도 찾는 사람 아니면 굳이 권하지는 않는다. 다량의 설탕이 들어가 있고 제품 또한 일반 소매점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식품에 가깝기 때문에 제약사가 나서서 (영양성분표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의약외품은 영양의 목적보다 다른 측면에서 복용을 하기 때문에 영양표시 의무화는 검토된 적이 없다. 다만 의약외품인 만큼 소비자가 주어진 용법 용량이나 주의사항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양성분표시= 식품에 어떤 영양소가 얼마나 들어있는지를 식품포장에 표시하는 것을 말한다. 1회 제공량 당 9가지 의무표시영양소인 열량, 탄수화물, 당류, 단백질, 지방, 포화지방, 트랜스지방, 콜레스테롤, 나트륨의 함량이 표시되어 있다. 식품의 포장에 있는 정보들을 잘 살피면 우리 건강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선택하는데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다.
헬스팀 최성훈 기자 cs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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