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총장 측은 “테러 위협, 에볼라 사태 등 동시다발적 국제 이슈 해결에 반 총장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출신국 국내 정치 관련 보도가 계속되는 경우 유엔 회원국들과 사무국 직원들로부터 불필요한 의문이 제기돼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직무수행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반 총장은 불편부당한 위치에서 국제사회 전체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유엔 사무총장을 자신의 의사와 전혀 무관하게 국내 정치 문제에 연계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했다”며 “앞으로 여론조사를 포함한 국내 정치 관련 보도를 자제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새누리당에선 친박(친박근혜)계가 김무성 대표를, 새정치민주연합에선 비노(비노무현)계가 문재인 비대위원을 각각 견제하기 위해 반 총장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여야 모두 애먼 쇼만 벌이다 실익도 없이 체면만 구긴 셈이다.
반 총장 대망론에 힘을 실었던 여야는 이날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앞서 반 총장의 2017년 대선 출마 가능성 여부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던 친박계 의원모임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반 총장에 대한 일부의 관심이 확대재생산됐다”며 발을 뺐다.
포럼 관계자는 통화에서 “반 총장이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이 나오는 현상에 대한 세미나였을 뿐”이라며 “친박계가 반 총장을 차기 대권주자로 내세우려 한다는 해석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친박계 3선 중진 안홍준 의원은 “반 총장의 공식 입장은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된다”며 “국익을 위해 정치권이 반 총장에 대해 자주 언급하며 기대감을 띄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 총장 대망론에 회의적 입장을 보였던 새정치연합 박지원 비대위원은 통화에서 “반 총장의 사무총장 임기는 2년이 남았고 대선은 3년이 남았기 때문에 본인을 위해서도, 새정치연합을 위해서도 거론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소속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전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게으른 농부가 참외 농사는 안 가꾸고 야산에 개똥참외 주우러 다니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반 총장 측이 이날 발표에서 반 총장의 대선출마 자체를 부인하지 않은 것에 대해 여운을 남긴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반 총장 임기와 대선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언제라도 다시 대망론에 불이 지펴질 것이란 얘기다.
박영준 기자, 워싱턴=박희준 특파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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