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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여성인력 활용대책…직장맘은 피곤하다

입력 : 2014-12-30 16:28:51 수정 : 2014-12-30 16:2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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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後 생산가능인구 감소…"여성의 사회참여 늘려야"
아이 맡길 곳 없어…30대女 경력단절사유 1위 '육아'
보육지원체계 개편방안, 빨라야 내후년 이후 시행가능

서울의 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영어수업을 받고 있다. 사진=세계일보 DB
#1.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여성 A씨(37)는 올해 3월 둘째 아이를 출산했다. 큰애 때 갓 돌을 지나 국·공립 보육원 신청을 했는데, 생각보다 엄청난 대기 순번에 깜짝 놀랐다. 반년 이상 기다린 끝에 겨우 아이를 맡길 수 있었으나, 그동안 격주로 친정과 시댁을 번갈아 가며 아이를 부탁해야 했다. A씨는 “첫애 경험이 있어 이번에는 둘째 출생신고를 마치자마자 보육원 신청을 했는데도 대기 번호가 100번이 넘는다”며 “아이가 둘이 되니 정신이 없어 육아와 직장 문제 사이에서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2. 대기업 차장까지 승진한 30대 후반 직장인 딸을 둔 경기도 성남시 사는 주부 B씨(64)는 요즘 두 살배기 손자를 돌보느라 자기 생활이 없다. 출가한 자식들의 아이까지 봐줄 수는 없다고 굳게 결심했지만, 최근 애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려는 딸을 만류했다. B씨는 “공들여 키운 딸이 우리나라 최고 기업에서 10년 넘게 근무해 차장 자리에 올랐는데, 이제 와서 관두면 너무 아깝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3년 뒤인 2017년이면 생산연령 15~64세에 해당하는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정부는 저출산·고령화의 심각성을 깨닫고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여성인력의 활용도를 높이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실천계획이 없는 ‘말’뿐인 구호에 그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여성인력 활용대책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경력단절 직장여성은 늘고 있다. 정부는 부랴부랴 경력단절여성을 막기 위한 ‘보육지원체계 개편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시간 및 입소순위 조정으로 보육서비스가 취업모 등 실수요자에게 우선 제공되도록 지원하는 ‘보육지원체계 개편방안’은 내년 하반기 중에 틀을 갖춰 모델개발시범사업을 실시한 이후 빠르면 내후년인 2016년부터 본격 추진된다.

30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현재 15∼54세 기혼여성 중 결혼·임신·출산·육아 등의 사유로 직장을 포기한 경력단절여성은 213만9000명으로 조사됐다. 전체 기혼여성 956만1000명 가운데 22.4%에 달하는 수치로, 5명 중 1명꼴로 직장을 떠나는 셈이다.

특히 연령대별로는 30대 직장인인 젊은 엄마가 절반을 넘었다. 30대 경력단절여성은 111만6000명, 52.2%로 가장 많았다. 직장 포기 원인은 단연 육아(35.9%)가 1위였다.
정부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 확대를 위한 ‘2015년 경제정책방향’. 자료=기획재정부
경력단절여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직장여성의 육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따라서 보육시설의 확충과 보육환경 개선은 필수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어린이집 정원은 178만2459명으로 ▲종일 ▲야간 ▲24시간 ▲방과 후 보육을 이용하는 아동의 현 인원인 148만6980명보다 많다. 정원 대비 현원비율은 83.4%로 대기 시간이 길어야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실상은 국·공립 보육기관에 아이를 맡기는 부모 5명 중 1명은 7개월 이상의 대기 신청을 한 후에야 아이를 입소시키는 데 성공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육아정책연구소의 ‘사회통합 관점의 보육 교육서비스 이용 형평성 제고방안’을 보면, 지난 7월 영유아 부모 12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국공립 어린이집·유치원에 자녀를 보낸 응답자의 20.9%가 해당 기관에 들어가기까지 대기 기간이 7개월 넘게 걸렸다고 답했다. 보육시설에 아이를 보내는 까닭도 ‘부모가 돌보기 어려워서’란 대답이 32.2%를 차지했다.

육아정책연구소는 “보육 교육서비스가 이용 기회의 형평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아동의 권리라는 측면에서 관련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지역별·영유아 연령별로 보육서비스 수급 계획을 준비해 이용 형평성을 높이고 각 보육기관의 서비스 질을 ‘상향’ 평준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입소 대기가 길어지는 원인은 직장맘이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이 극히 한정됐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보육시설은 양적인 팽창에도 질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전국의 어린이집은 4만3770개소로, 이중 국·공립 어린이집은 2332개소(5.33%)에 불과하다. 직장 내 설치된 어린이집은 이보다 훨씬 더 적어 619개소, 1.41%로 극히 미미하다. 대부분은 가정 어린이집으로 2만3632개소, 무려 54%에 이른다.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이 없고 경력단절여성이 증가하면서 아예 집에서 스스로 아이를 돌보는 가정이 늘고 있다. 지난해 보육아동 수는 148만6980명으로 전년도 148만7361명보다 줄었다. 이처럼 보육아동이 줄어든 것은 20년 만에 처음이다. 연도별 보육아동 수는 지난 1993년 이래 19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해마다 꾸준히 증가해왔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육재정 비중은 0.73%로 저조한 실정이다. 실제로 보육인프라 구축에 들어간 예산은 지난해 384억9000만원에서 올해에는 182억6800만원으로 202억2200만원(-52.5%), 절반 이상 깎여 나갔다.

보육사업 관리 예산이 같은 기간 40억5900만원에서 16억4500만원으로 24억1400만원이나 깎이면서 59.5%나 줄었고, 육아종합지원서비스 제공 예산 역시 196억3600만원에서 56억6200만원으로 139억7400만원 급감하며 71.2%나 축소됐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손실을 억제하고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한 대안으로 여성의 활약을 촉진하고 일하는 방식을 개혁해 여성인력의 사회 진출을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LG경제연구원
다음 달 정부는 제4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출범하고 전체회의를 개최한다. 지역별 현장방문과 여성계·시민사회·경제계·노동계·종교계·교육계 간담회 등을 통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정부 협의체 운영 등 기본계획 초안 작업을 내년 6월에나 마무리할 예정이다.

내년 7월 기본계획 시안에 대한 공청회를 거쳐 9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의해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심의·확정된다. 이렇게 마련된 저출산 기본계획은 빨라야 내후년인 2016년이나 돼서 시행이 가능하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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