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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사람 냄새 나던' 반상회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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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1-05 19:46:19 수정 : 2015-01-06 14:5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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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모여 대소사 결정, 온라인 회의로 대체 확대
맞벌이 늘고 반장 기피…
지난해 6월 세월호 사건으로 열린 대구시 북구 산격2동 임시반상회.
궂은 일이나 즐거운 일이나 주민이 함께 모여 울고 웃던 반상회(班常會)가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일부에선 선거운동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서로 얼굴을 보면서 마을이나 아파트 단지 대소사를 나누던 모임 자체가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통상 반장이 주재하던 반상회는 농촌에는 자연마을을 단위로, 도시에서는 일반주택 20∼30가구, 아파트 60∼90가구 단위로 조직돼 있다.

최근 전국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사이버 반상회를 운영하는 등 반장의 역할을 축소하거나 없애는 분위기다.

5일 대구시에 따르면 8개 구·군 2만3217개의 반 가운데 반장이 위촉된 곳은 7542개 반으로 전체의 32%에 불과하다. 일부 구는 반장제를 완전히 폐지했다.

수성구는 2013년 4월 구 조례(통·반 설치조례)의 반장위촉조항을 삭제, 4078개 반의 반장직을 없애고, 통장이 반장의 역할을 함께 수행하도록 했다. 달서구도 2011년 3월 조례상 반장위촉조항을 삭제, 5337개 반의 반장직을 모두 폐지했다. 북구도 점차 반장제를 없애고 있다.

이처럼 반장이 없어지면서 주민 대면 반상회도 자연히 추억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대신 기초단체들은 홈페이지 게시판이나 모바일 홈페이지를 통해 사이버 반상회 개최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 10월 말 현재 31개 시·군의 9만164개 반 가운데 반상회를 1회 이상 연 곳이 33.8%인 3만493곳에 불과하다. 양주와 오산시는 조례로 반장제를 아예 없애 주민 대면 반상회가 사라진 상태다.

반면 포천과 여주, 하남시와 양평군은 반상회를 100% 운영하고 있다. 다만 그 방법은 주민 대면 형태를 줄이고 반상회보나 지자체 소식지를 각 가정에 보내는 ‘서면 반상회’로 대체하는 실정으로, 경기도 내 특수지역 일부를 제외하고는 주민 대면 반상회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 역시 같은 상황이다. 현재 18개 시·군에 315개 읍·면·동이 있으나 최근 주민 대면 반상회를 열고 있는 곳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종전에는 경남도 내 3만2375개의 반 단위로 반상회가 정기적으로 열렸다.

공동주택은 최근 아파트 난방비 비리 등의 사건이 불거지면서 거주하는 아파트 살림살이를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대표성이 있는 입주자대표회의 등이 반상회를 대신하고 있다. 이처럼 주민 대면 반상회가 퇴색하면서 지자체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는 행정과 지역주민 간 거리를 좁히고 지역주민의 행정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반상회부터 구청 홈페이지에 별도로 ‘클릭 반상회’ 게시판을 신설, 홍보자료를 게재하고 있다.

대구시 자치행정과 직원들이 반상회보에 게재할 국정, 시정 홍보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대전시도 대부분 지역의 주민 대면 반상회는 사라지고 유성구와 서구 일부 취락지역에서만 간헐적으로 열리고 있다.

이 때문에 반상회를 주재하던 반장들도 거의 사라진 상태다. 대덕구와 중구는 관련 조례를 폐지해 반장제도가 없어졌다. 유성구 등 나머지 지역도 반장이 활동하긴 하지만, 사퇴나 사망 등으로 공석이 되면 충원하지 않아 거의 없어진 상태다.

충북은 모두 1만8452개 반 가운데 63%인 1만1537개 반이 반상회를 개최하지 않고 있다. 11개 시·군 중 제천시는 2070개 반 가운데 11개(0.5%)만이 반상회를 열고 있다.

경북 포항시는 남·북구청 관내에 6183개의 반이 있으나 120여 곳에는 반장이 없다. 충남도내 2만3861개 반 가운데 57%인 1만3518개 반이 주민 대면 반상회를 개최하지 않고 있다.

15개 시·군 중 공주시는 반상회를 아예 폐지하고 시정소식지 배부로 대체했다.

대구시 기초 지자체의 반상회보를 대신한 소식지들.
반상회가 사라지는 주된 이유는 참석률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도시 농·어촌을 가리지 않고 반상회 참석률이 저조해지면서 반상회 무용론이 제기된 지 오래이다. 반장 급여도 낮은 게 반장을 기피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반장이 있는 지역에서는 여전히 반상회 주재, 통장 업무보조 등 제법 많은 일을 하지만 받는 혜택은 연간 명절 상여금으로 지급되는 5만원(설, 추석 각 2만5000원)이 전부다. 한 관계자는 “반장 기피의 주된 이유는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욕만 먹는다는 인식이 일반적인 데다 급여도 낮아 메리트가 없다”고 지적한다.

대구=문종규 기자 mjk206@segye.com,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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