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김모(34)씨는 거의 매일 저녁 치킨을 먹는 이른바 ‘치킨마니아’다. 김씨는 “후라이드치킨은 물론 마늘치킨, 문어치킨, 허니버터치킨 등 다양한 메뉴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며 “하루라도 안 먹으면 허전해 거의 매일 챙겨먹는다”고 밝혔다.
치킨은 이제 ‘치느님’으로 불리며 우리의 일상을 점령하고 있다. 운동경기 응원이나 야식으로, 또 소풍 갈 때도 치킨은 필수 메뉴가 됐다. 서구의 치킨은 패스트푸드지만, 우리의 치킨은 ‘소울푸드(Soul Food)’다. 치킨 한 마리로 배를 채우고 대화를 나누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한국에서 치킨은 혼자 먹는 음식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나누는 공동체의 음식인 것이다.
◆ 치킨, 1997년 이후 줄곧 외식메뉴 1위
대한민국은 이른바 ‘치킨공화국’이라고 할 정도로 치킨은 갑남을녀의 가장 친숙한 먹을거리다. 1997년 이후 한 번도 외식 메뉴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시장 규모는 연 4조원으로 추정된다. 치킨 프랜차이즈 회사만 250여개, 가맹점이 3만개에 달한다. 독립점포와 노점까지 합하면 4만개가 넘는다. 1등 브랜드로 꼽히는 BBQ의 시장점유율이 10%에 불과할 정도로 춘추전국시대인 것.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부터 치킨을 먹기 시작했을까. 치킨의 원조인 전기구이 통닭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60년 ‘명동영양센터’였다. 누런 종이에 싼 통닭은 1960년~1970년대 가족들의 인기 메뉴였다.
1977년 대한민국의 최초 튀김통닭 업체인 ‘림스치킨’이 등장하고, 이후 1982년 ‘페리카나’와 1989년 ‘멕시카나’라는 원조격의 치킨 프랜차이즈가 등장하며 치킨업계의 혁명이 시작됐다. 이어 1995년 BBQ가 탄생함으로써 치킨집의 개념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 그렇지만 2000년도에 들어서면서 치킨시장이 정체를 맞게 됐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 시즌 치킨집들은 몰려드는 주문에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사람들은 치킨과 맥주를 먹으면서 대한민국의 4강 신화를 지켜봤다. 한국팀의 승리에 환호하며 먹던 치킨은 축제의 음식이었다. 이때를 기점으로 치킨집의 수는 더욱 늘기 시작했다.
◆ 경쟁 심화 등 치킨집 폐업 ↑…'고품질·믹싱' 컨셉으로 포화된 시장 새롭게 개척
이후 2010년대가 되면서 1인가구 증가에 따른 영향으로, 적은 양을 손쉽게 먹을 수 있는 ‘닭강정’ 등이 크게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내 닭강정의 인기는 사그라졌다. 최근 치킨업계는 ‘고품질’과 ‘믹싱’을 새로운 컨셉으로 해 포화된 시장을 새롭게 개척해 나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치킨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라고 입을 모은다. 그래도 소액 창업으로 치킨집만한 게 없어서인지 새로 문 여는 치킨집이 끊이지 않는다. 프랜차이즈 업체는 치킨을 한 마리 팔면 보통 4000원 가량 남는다고 한다. 반면 업주들은 1000~2000원 남는다고 하소연한다. 이는 서로 계산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 "영계는 맛있고, 노계는 맛 없다?"
한편, 우리 국민들은 유독 큰 닭보다 작은 닭을 선호한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육계 출하 평균 체중은 1.5kg이다. 중국(2.6kg), 브라질(2.2kg)의 평균 체중에 크게 못 미친다. 세계 육계 시장 점유율 1위인 미국(2.4kg)의 60% 수준이다. 평균 사육일수도 크게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 육계는 평균 35일간 사육한다. ▲중국(55일) ▲미국(46일) ▲브라질(45일)보다 10~20일 일찍 잡는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 국민은 1.5㎏ 닭을 좋아한다”며 “1.5㎏짜리가 통닭으로 튀기기 딱 좋은 크기”라고 전했다.
다수의 국내 소비자들은 ‘큰 닭은 맛 없고 질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닭고기의 쫄깃쫄깃한 맛을 내는 인자는 ‘이노신산(Inocinic acid)’이다. 중량 2.5~2.8kg 닭고기의 이노신산이 1.5kg 닭고기보다 10㎎ 많다. 또한 필수지방산 함유량도 일반 닭고기(23.1%)에 비해 대형 닭고기(29.3%)가 훨씬 많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큰 닭은 맛없고 퍽퍽하다’는 것은 예전에 시골에서 키우던 노계(묵은 닭)를 두고 하는 말”이라며 “육계는 클수록 고기 양이 많고 쫄깃하며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도 맛이 난다”고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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