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효과 빼면 ‘마이너스’
명절 특수 끼고도 소비 위축 심화 우리 경제에 디플레이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 내리 0%대를 기록했다. 담뱃값 인상 효과를 제외하면 실질적 물가 상승률은 마이너스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한국은행이 정책 대응에 실기할 경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3일 통계청의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0.5% 상승하는 데 그쳐 3개월 연속 0%대를 기록했다. 1999년 7월 이래 15년7개월 만에 최저치다. 통계청은 담뱃값 인상 효과 0.58%포인트를 제외하면 물가 상승률이 사실상 마이너스라고 덧붙였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물가가 낮은 것은 근본적으로 유가와 농수산물 가격 하락 등 공급적인 측면 때문이어서 아직 디플레이션으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2월의 근원물가 상승률도 2.3%로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해 외부 요인을 제외한 물가 상승률도 둔화하는 양상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하락으로 소비심리 위축이 확산하면 내수경기가 더 침체돼 디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며 “2월에는 설 수요가 있었는데도 물가 상승률이 둔화한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지갑을 닫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은이 금리정책에 실기할 경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야기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금융IT학과)는 “일본이 1992, 93년 1%대에서 94년 0%대로 추락했는데 한은처럼 미온적으로 대처하다가 95년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장기 디플레이션으로 갔다”면서 “우리도 이미 디플레이션 직전 단계에 온 만큼 지금 (정책대응이) 아주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 김 교수도 “일본이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가계부채는 늘어나 소비여력이 없어진 상태에서 부동산거품이 꺼져 20년간 경기가 침체됐다”면서 “우리나라도 가계부채가 많이 늘어 소비여력이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세종=박찬준 기자 sky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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