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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키우는 게임으로 지구를 지키는 남자

입력 : 2015-04-03 20:20:44 수정 : 2015-04-03 23: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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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나무 심으면 실제 묘목 기증…5년간 축구장 164개 크기 숲 조성
“이렇게 비료를 주고 물을 뿌려주면…이것 보세요 나무가 좋아하죠?”

게임 하나로 지구를 지키는 남자가 있다. 2일 서울 강남의 사옥에서 만난 ‘트리플래닛’ 김형수(사진) 대표는 스마트폰 화면 속 ‘아기나무’에 손가락을 문질러 물을 주며 신이 난 얼굴로 ‘나무 이야기’를 시작했다.

‘트리플래닛’은 사용자가 게임 속 가상 나무를 키우면 사막이나 자투리 땅에 실제 나무를 심어주는 게임회사다.

이돌 그룹 ‘비스트’ 멤버 양요섭의 팬들이 기금을 모아 트리플래닛이 조성한 캄보디아 ‘양요섭 숲’에서 지역주민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초기 비용은 비료나 물뿌리개 아이템 등에 노출된 기업 광고비로 충당했다.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진 이 기업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동방신기 숲’, ‘이효리 숲’ 등 스타의 팬들이 기금을 모으면 스타 이름을 딴 숲을 만들어주는 식이다.

김 대표는 “스타숲에 찾아와 나무를 껴안고 행복해하는 소녀들이 많다”며 “최근 윤중로에 만든 숲이 어떻게 자랐는지 확인하러 갔는데 태국, 홍콩, 대만 등지에서 찾아온 해외 팬들이 숲 주변을 청소하고 있더라”고 전했다.

‘트리플래닛’은 2010년 사업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전 세계 10개 국가에 74개의 숲을 만들고 50만6923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숲 면적은 축구장 164면을 합쳐놓은 규모이고, 산소량은 9만653명이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숲들은 지역주민과 NGO(비정부단체) 회원, 자원봉사자의 관리로 자라고 있다. 캄보디아와 남수단 등에 심은 과일나무는 지역주민들이 관리하고 열매를 수확하기도 한다. 수확한 열매는 모두 지역주민 몫이다.

김 대표는 학창 시절 ‘다큐멘터리 마니아’였다.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며 자연의 경이로움과 환경이 빠르게 파괴돼 가는 현실을 동시에 느꼈다”는 김 대표는 “원래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려고 했다가 영상매체 만으로는 환경파괴를 막기에 역부족이라고 느껴 직접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기업에서도 러브콜이 많이 온다”며 “올해 20개 국가에 200개의 숲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또 “해외에 심은 과일나무에서 나는 과일들을 좀 더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으로 만들고 싶다”며 “자급자족해서 지역주민들이 소비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시장에 상품을 팔아서 수익이 생기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리플래닛 게임 사용자들이 온라인상에서 키운 가상 나무가 한화그룹의 지원으로 중국 닝샤에 실제로 심어지고 있다.
김 대표는 오는 4일 식목일 기념으로 서울대공원에서 행사를 진행한다. 트랙 한 바퀴를 뛰면 묘목을 하나 주는 이벤트이다.

그는 “내가 하는 사업을 통해 사람들이 ‘지구를 구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며 “즐거운 마음으로 다 같이 나무를 심다 보면 10년, 20년이 지나 지금과는 다른 지구가 돼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얼굴 위로 장 지오노가 쓴 ‘나무를 심은 사람’의 주인공 엘제아르 부피에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소설속의 부피에는 야생 라벤더 외에는 아무 것도 자라지 않던 황무지를 떡갈나무와 너도밤나무, 자작나무 숲으로 변화시켰다.

이지수 기자 v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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