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구조적 요인탓 빈번히 배신 당해
세월호 통해 대의민주주의 맹점 지적
공공성의 가치 높여야 위기 극복 가능
이정전 지음/반비/1만8000원 |
서울대사회발전연구소 지음/한울아카데미/2만2000원 |
세월호 참사는 우리 모두에게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 우리 사회에도 많은 질문을 던졌다. 왜 이런 어이없는 참사가 일어났는지, 왜 이런 재난이 되풀이되는지, 왜 정부는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이런 질문들에 대한 국내 학자들의 고민과 해법이 담긴 책들이 출간됐다. 주류 경제학계 원로인 이정전(사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쓴 ‘왜 우리는 정부에게 배신당할까?’와 서울대사회발전연구소가 낸 ‘세월호가 우리에게 묻다: 재난과 공공성의 사회학’이 그런 책들이다. 전자는 국민의 요구에 정부와 정치권이 번번이 실망을 안기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살펴본다. 후자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이 교수는 “세월호 참사를 참담한 마음으로 지켜보면서 이 책을 구상했다”면서 “국민이 번번이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배신당하는 데는 구조적 요인이 존재한다”고 진단한다. 그는 대의민주주의의 맹점을 지적하면서 관료와 국회의원 등 기득권 집단이 자신들 이익을 위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규명한다. 이 교수는 먼저 관료의 ‘지대추구(rent-seeking) 행위’가 똬리를 틀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대추구 행위란 인위적으로 생성되는 이전소득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행위다. 지대란 정경유착을 통해 만들어진 특혜다. 경제력 집중은 이 같은 지대추구 행위의 폐해를 심화시킬 수 있다. 이전소득은 사회적 이익 창출 효과가 없는 경제 행위의 산물로, 이를테면 부모가 자식에게 넘긴 유산이나 정부가 기업에 공여한 보조금 등이 해당한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지대추구 행위의 공모자이며 이를 개선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게 이 교수 주장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관료는 국민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이익 추구로 변질되는 현상들을 흔히 보게 된다. 이런 현상은 자신 이익과 공공 이익이 불일치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국민이 이 같은 불일치를 지적하고 바꾸기는 어렵다.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관료들이 온갖 논리를 동원해 자신들 이해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경쟁하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 경쟁하지 않으려 한다. 경쟁하지 않고 큰 돈을 만지는 아주 좋은 방법은 정부와 정치권에 기대 독점적 특혜를 따내거나 경쟁자를 따돌리는 것이다. 애덤 스미스는 잘못 보았다. 그가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자유방임주의는 기대와 달리 늘 거대 독점을 탄생시켰다. 이 교수는 경쟁을 회피하려는 강한 유혹에 따라 지대를 획득하기 위해서 열심히 뛰는 현상을 ‘보이지 않는 발’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정부의 무능과 정경유착의 문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뿌리가 깊고 넓으며 악질적”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에서 변화해야 할 가장 시급한 개혁 과제는 정부의 실패와 정경유착의 구조적 고리를 끊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어 국회에서 벌어지는 보수·진보 진영의 비생산적인 이념논쟁을 ‘암덩어리’로 비유하면서 “염치없는 보수, 눈치 없는 진보”라고 비판한다.
이 교수는 시민사회가 활발히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토지세와 환경세를 강화하고 분배의 정의를 제대로 실천하는 정책을 펴야 우리 사회의 추락을 그나마 저지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지난해 4월 16일 뒤집힌 채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세월호를 해경 구조요원들이 바라보고 있다. |
저자들은 공공성의 가치를 높일 때 한국 사회가 비로소 세월호 위기를 넘어설 수 있다고 말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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