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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한 정부·심각한 정경유착 이대로 둘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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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4-11 00:59:38 수정 : 2015-04-11 00:5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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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정치인 등 기득권 사익 추구 집착
국민들 구조적 요인탓 빈번히 배신 당해
세월호 통해 대의민주주의 맹점 지적
공공성의 가치 높여야 위기 극복 가능
이정전 지음/반비/1만8000원
 왜 우리는 정부에게 배신당할까?-민주주의를 위한 경제학/이정전 지음/반비/1만8000원

서울대사회발전연구소 지음/한울아카데미/2만2000원
세월호가 우리에게 묻다:재난과 공공성의 사회학/서울대사회발전연구소 지음/한울아카데미/2만2000원


세월호 참사는 우리 모두에게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 우리 사회에도 많은 질문을 던졌다. 왜 이런 어이없는 참사가 일어났는지, 왜 이런 재난이 되풀이되는지, 왜 정부는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이런 질문들에 대한 국내 학자들의 고민과 해법이 담긴 책들이 출간됐다. 주류 경제학계 원로인 이정전(사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쓴 ‘왜 우리는 정부에게 배신당할까?’와 서울대사회발전연구소가 낸 ‘세월호가 우리에게 묻다: 재난과 공공성의 사회학’이 그런 책들이다. 전자는 국민의 요구에 정부와 정치권이 번번이 실망을 안기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살펴본다. 후자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이 교수는 “세월호 참사를 참담한 마음으로 지켜보면서 이 책을 구상했다”면서 “국민이 번번이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배신당하는 데는 구조적 요인이 존재한다”고 진단한다. 그는 대의민주주의의 맹점을 지적하면서 관료와 국회의원 등 기득권 집단이 자신들 이익을 위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규명한다. 이 교수는 먼저 관료의 ‘지대추구(rent-seeking) 행위’가 똬리를 틀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대추구 행위란 인위적으로 생성되는 이전소득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행위다. 지대란 정경유착을 통해 만들어진 특혜다. 경제력 집중은 이 같은 지대추구 행위의 폐해를 심화시킬 수 있다. 이전소득은 사회적 이익 창출 효과가 없는 경제 행위의 산물로, 이를테면 부모가 자식에게 넘긴 유산이나 정부가 기업에 공여한 보조금 등이 해당한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지대추구 행위의 공모자이며 이를 개선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게 이 교수 주장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관료는 국민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이익 추구로 변질되는 현상들을 흔히 보게 된다. 이런 현상은 자신 이익과 공공 이익이 불일치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국민이 이 같은 불일치를 지적하고 바꾸기는 어렵다.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관료들이 온갖 논리를 동원해 자신들 이해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경쟁하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 경쟁하지 않으려 한다. 경쟁하지 않고 큰 돈을 만지는 아주 좋은 방법은 정부와 정치권에 기대 독점적 특혜를 따내거나 경쟁자를 따돌리는 것이다. 애덤 스미스는 잘못 보았다. 그가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자유방임주의는 기대와 달리 늘 거대 독점을 탄생시켰다. 이 교수는 경쟁을 회피하려는 강한 유혹에 따라 지대를 획득하기 위해서 열심히 뛰는 현상을 ‘보이지 않는 발’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정부의 무능과 정경유착의 문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뿌리가 깊고 넓으며 악질적”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에서 변화해야 할 가장 시급한 개혁 과제는 정부의 실패와 정경유착의 구조적 고리를 끊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어 국회에서 벌어지는 보수·진보 진영의 비생산적인 이념논쟁을 ‘암덩어리’로 비유하면서 “염치없는 보수, 눈치 없는 진보”라고 비판한다.

이 교수는 시민사회가 활발히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토지세와 환경세를 강화하고 분배의 정의를 제대로 실천하는 정책을 펴야 우리 사회의 추락을 그나마 저지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지난해 4월 16일 뒤집힌 채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세월호를 해경 구조요원들이 바라보고 있다.
‘세월호가 우리에게 묻다: 재난과 공공성의 사회학’을 쓴 서울대사회발전연구소 소속 학자 8명의 핵심적 주장은 ‘공공성’이다. 세월호 같은 위험은 불특정 다수에게 일어나고 피해가 포괄적이라 개인이 아닌 공공성 영역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공공성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30위로 꼴찌다. 공익성(30위), 공정성(30위), 공민성(29위), 공개성(28위) 모두 최하위권이다. 네덜란드는 1953년 북해 대홍수로 수천명이 죽고 천문학적 피해를 봤다. 그러나 같은 재난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집단적 각성은 국가를 개조시켰다. 네덜란드 정부는 홍수 관리 시스템인 델타프로젝트에 45년간 50억∼70억달러를 투입했다. 이는 재발 방지를 위한 국가적 역량을 키웠고 국가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모범 사례로 기록됐다.

저자들은 공공성의 가치를 높일 때 한국 사회가 비로소 세월호 위기를 넘어설 수 있다고 말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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