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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밥그릇 싸움에… 사설탐정법 10년간 표류

입력 : 2015-05-25 19:54:31 수정 : 2015-05-25 22: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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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가족 등 합법화 요구 빗발… 정부도 미래 신직업 육성 밝혀
A(53)씨는 가출한 외동딸(당시 15세)을 일본 오사카의 유흥업소에서 봤다는 제보를 받고 2012년 심부름센터 직원을 고용했다.

심부름센터 직원은 “일본어 통역과 현지 경찰로부터 유흥업소 종사자의 신원정보 등을 빼내는 데 돈이 필요하다”면서 3000만원을 받아갔다. 오로지 딸을 찾겠다는 생각뿐이었던 A씨는 심부름센터 직원과 함께 출국하기로 한 날에야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직원은 공항에 나타나지 않았다.

실종자 가족들의 절박한 상황을 악용한 사기가 늘어나면서 민간조사업(사설탐정) 제도의 합법화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정부도 사설탐정 도입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지난해 3월 ‘신직업 육성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사설탐정’을 100여개의 신직업 목록 중 첫 번째로 올렸다. 국회는 2005년 9월 민간조사업 법안을 처음으로 발의했다. 그런데도 10년이 지나도록 이 법안은 통과되지 않고 있다. 법무부와 경찰청의 감독·관할권 다툼 탓이다.

`제93회 어린이날 실종아동찾기 및 학교폭력·자살예방 캠페인`에서 참가자들이 실종아동 전단지를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25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국무조정실과 경찰청, 법무부는 지난해부터 민간조사업 도입 관련 협의체를 구성해 제도 도입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민간조사업무가 실종자와 도난·분실물 소재파악, 각종 민간 소송의 사실관계 파악 등 기존 경찰 업무와 유사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들이 관리감독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 각지의 경찰서를 통해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도 부각시키고 있다. 반면 법무부는 적법성과 투명성 논리로 맞서고 있다. 현직 경찰과 퇴직 경찰의 유착과 개인정보 유출 등 인권 침해 방지 차원에서 법무부가 민간조사업무를 관할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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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에서도 새누리당 윤재옥 의원과 같은 당 송영근 의원이 각각 관련법을 발의했는데 윤 의원의 법안은 경찰청, 송 의원의 법안은 법무부를 관할 부처로 지정해놓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조정을 해줘야 할 국무조정실은 손을 놓고 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부처 간 이행충돌에 대해 조정 업무를 하지만 강제성은 없다”며 “협의체를 통해 지난해부터 논의를 계속하고 있지만, 경찰청과 법무부 어느 한쪽도 양보를 하지 않고 있어 언제 조정이 성립될지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하금석 대한민간조사협회 회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에서 민간조사업이 법제화되지 않은 나라는 한국뿐”이라며 “정부는 검경의 자존심 싸움에 개입하기 싫어 뒷짐만 지고 있고, 국회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눈치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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