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중심 개정 요구 목소리
법무부선 “형사법 체계 혼란
폐지·축소 어려워” 반대 확고
“기업 경영인에 대한 책임 완화를 위해 배임죄를 폐지 내지 축소하는 것은 형사법 체계의 혼란이나 처벌의 공백을 야기할 위험성이 크다.”(윤원기 법무부 검찰국 검사)
18일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오락가락 배임죄 적용,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는 참석한 법학자와 경제학자 상당수가 배임죄 개정 필요성을 역설해 법무부 측과 팽팽한 평행선을 달렸다.
재계를 중심으로 형법 등이 규정한 배임죄의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법무부는 부정적 입장을 명확히 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최 교수는 “현행 배임죄 규정대로 하면 ‘고의’에 따른 배임 외에 경영상 판단에 따른 과실까지 처벌할 수 있게 된다”며 “미필적 고의와 과실의 경계를 명확히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인의 경영상 판단에 따른 과실은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을 모두 면제하는 방향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기화 전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배임 행위를 사기나 횡령죄로도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정 교수는 “배임 행위는 대부분 피해자를 속여 발생하는 것이므로 형법상 사기죄 등으로 얼마든지 처벌이 가능하다”며 “대다수 국가는 배임죄를 따로 두는 대신 사기나 횡령죄로 처벌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반면 법무부를 대표해 참석한 윤 검사는 “배임죄는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도입돼 현재까지 기업질서 투명화와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에 기여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도 배임죄에 대해 “형벌의 명확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며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현재 한국 외에 배임죄를 처벌하고 있는 나라는 독일, 일본,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이다. 미국은 배임죄가 없는 대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통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영인에게 천문학적 액수의 배상금을 물린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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