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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완식의미술살롱] 미술관 ‘틀’을 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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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8-21 21:52:20 수정 : 2015-08-21 21: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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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전시공간 탈피
자연이 숨쉬는 파격
빛·물·돌 어우러진
마법의 쉼터로 진화
일본 세토 내해에 위치한 나오시마 섬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나오시마 현대미술관과 지추미술관, 이우환 미술관으로 근래 들어 명소가 된 곳이다.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 된 미술관 건축물이 섬 풍경과 어우러져 사람들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쉼표’를 선물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미술관은 작품을 소장하고 전시하는 공간으로만 인식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술관 자체가 작품이 되고, 때론 하나의 특별한 작품만을 위한 공간이 구축되기도 한다. 나오시마 섬 인근의 데시마 섬에 있는 미술관은 대표적 사례다. 데시마 미술관은 놀랍게도 단 하나의 작품도 전시돼 있지 않다. 건축가 니시자와 류에가 설계한 미술관은 그 자체가 작품이다. 물방울을 형상화한 커다란 순백색의 원형구가 산기슭에 묻혀 있는 모습이다. 미술관 하면 사각의 화이트박스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천장엔 원형 구멍이 하늘을 향해 뚫려 있어 햇빛과 빗물까지도 그곳을 통해 들어온다. 햇빛이 시간에 따라 미술관 바닥에 다양한 얼굴의 음영을 만들어낸다. 구멍을 통해 눈송이가 춤을 추며 내려오기도 한다. 발바닥 아래론 물방울 띠들이 흘러간다. 물방울이 몽글몽글 흘러나오도록 장치를 한 것이다. 물방울들은 서로 뭉치거나 흩어지면서 바닥에 물방울 그림을 그리며 이내 다른 구멍으로 흘러나간다. 잘 디자인된 물방울 작품인 것이다. 부속 카페도 물방울 모양으로 지어져 있다. 영롱한 물방울이 외로운 섬을 어루만지고 이곳을 찾는 이들의 영혼마저 맑게 해준다. 미술관의 진화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이제 21세기형 미술관은 지루하게 작품만 보고 눈과 다리를 혹사하는 공간이 더 이상 아니다. 국내에도 눈길을 끄는 미술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에 위치한 ‘뮤지엄 산’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산 꼭대기에 성채처럼 서 있는 뮤지엄 산도 안도 다다오가 설계를 했다. 외벽을 파주에서 가져온 붉은색 기운이 도는 돌로 마무리한 것이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안도 다다오의 트레이드 마크인 노출콘크리트 기법과는 대조를 이루지만 빛과 물, 돌 등 자연을 건축에 끌어들이는 그의 건축 흐름과는 궤를 같이하고 있다.

미술관 건물을 층계를 이룬 물수조들이 둘러싸고 있는 형국이다. 흡사 물이 가득한 산자락 다랑논 같다. 야외 조각작품과 미술관 건물, 주변 숲이 물에 비추어진 모습은 또 하나의 화폭을 방불케 한다. 물수조에 포위된 의자에 앉아 있으면 세상 시름마저 모두 멀리 달아나는 느낌이다. 오래 머물러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아이들마저도 집에 가자고 보채지 않는 풍경이다.

뮤지엄 산의 명물은 ‘제임스 터렐’관이다. ‘빛의 작가’로 유명한 미국의 설치미술가 제임스 터렐의 작품만을 위해 설계된 공간이다. 사실상 공간 전체가 제임스 터렐 작품인 셈이다. 빛의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빛이 만들어 내는 마법 같은 공간을 경험하게 해준다. 돔 같은 천장엔 둥근 구멍이 뚫어져 있다. 여닫이가 가능하다. 그곳으로 하늘의 별과 달, 해의 빛을 공간 안으로 초대한다. 보름달이 중천에 떠 있는 모습이 빛으로 연출되기도 한다. 빛의 새로운 체험을 통해 내면의 ‘빛의 언어’로 우리를 향하게 해 준다. 중세 고딕건축가들이 성당 공간의 성스러움을 스테인드글라스로 구현했던 모습이 떠올려진다.

고대 동굴벽화의 동물 그림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태양빛의 유입 각도와 깊이에 따라 살아 있는 듯한 입체적인 생동감에 놀라게 된다. 울산 반구대 벽화도 예외가 아니다. 같은 동물 모습을 연달아 그려 놓은 모습은 오늘날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하다. 필름에 담아 돌려 보면 바로 ‘활동 사진’이 된다. 수렵시대 생존조건이었던 동물을 숭배 대상인 태양의 빛으로 조명해 중시했던 것이다. 인류 최초의 미술관이자 신앙의 장소였다는 얘기다.

미술관이 이젠 또 하나의 영성공간이 되고 있다. 새로울 것이 없다. 어쩌면 원래대로 회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최초의 미술관이 영성공간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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