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공군본부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한국형 전투기(KF-X·보라매) 개발에 필요한 핵심기술 확보에 안일하게 대응해 정상적인 사업추진에 차질이 빚어졌다며 이같이 군 당국을 질타했다.
총 20조원에 달하는 KF-X 사업이 군 당국의 안이한 상황 판단으로 미 정부의 핵심기술 이전이 어려워지면서 향후 정상적인 사업 진행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군 당국은 당초 한국형 전투기 개발 완료 시점인 2025년까지 차질 없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보다 구체적인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군 안팎에서는 단기적으로는 정부가 나서서 미국과 직접 협상을 통해 사태 해결을 강구하면서 향후 공군전력 공백 사태를 막기 위한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단기적인 차원에서는 지난 22일 공군 국감장에서 유 의원이 내놓은 지적이 공감을 얻고 있다. 유 의원은 당시 “이 문제가 KF-X 사업에 영향을 미칠 텐데, 뒷북이지만 국방부와 공군에서 이 부분을 다시 한 번 미국과 협조하고 한·미 정상회담이나 11월 SCM(한·미안보협의회)에서 의제로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군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의제로 상정하기에는 부담이 있겠지만 SCM에서는 당연히 의제로 선정해서 이에 대한 한·미 간 협조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KF-X 사업 방식과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군 소식통은 “우리가 성공적으로 개발했다고 자평하는 T-50의 경우도 3년의 탐색개발과 8년 이상의 체계 개발 기간이 있었다”며 “불과 18개월의 탐색개발을 하고 2025년까지 체계개발을 완료하겠다는 KF-X 개발 목표가 애초부터 무리였다”고 지적했다.
또한 KF-X 사업을 총괄할 책임있는 사업단 자체가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 항공전문가는 “(최대) 30조원이 넘는 국민 혈세가 들어가고 미래 대한민국 항공산업 발전과 공군력을 좌우할 KF-X 사업을 KAI(한국항공우주산업) 업체에만 떠넘겨 놓은 것은 정말로 무책임하다”고 꼬집었다.
예비역 공군 중장 출신인 김형철 청주대 교수는 “‘업체주도 체계개발’이라는 다소 모호한 체계개발 전략을 명확히 하기 위해 책임있고 추진력 있는 국책사업단을 구성해야 한다”며 “향후 핵심기술 이전 등 대책 마련을 위해서도 강력한 협상력을 갖춘 사업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KF-X 사업 지체로 인한 공군의 전력공백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수립해야 한다. 김 교수는 “우리 공군이 2017년부터 전투기 부족상황을 맞이하게 되는데 KF-16 성능개량 사업이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KF-X 개발까지 지체된다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며 “공군이 전투기 부족을 우려하는 기간이 2017년부터 2029년까지임을 감안해 한시적인 전력으로 제3국의 잉여 전투기를 임대 또는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선영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