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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을 조인 의붓아버지…난 웃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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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0-15 11:24:23 수정 : 2015-10-19 14:4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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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시간을 얼마나 오래 견뎠는지 모른다. 그 사람은 당연히 자기가 갈 곳에 간 것뿐이다.”

잉글랜드 에식스주에 사는 티나는 42년 전의 그때만 떠올리면 아직도 몸서리가 쳐진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영국 미러에 따르면 티나의 부모는 1973년에 이혼했다. 그는 한 남자가 엄마와 가까이 지내는 것을 알게 됐다. 당시 아홉 살이었던 티나는 “이분이 이제 아빠가 될 거야”라는 엄마의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티나의 엄마와 가깝게 지낸 브라이언 페어차일드는 당시 에식스 주에서 잘 알려진 소방관이었다. 투철한 사명감과 친절한 마음씨로 동네 사람들의 신임을 얻고 있었다.

그러나 페어차일드가 단 것을 건네주며 비밀을 지킬 것을 강요하면서 티나의 인생은 점점 꼬여갔다.

어느날 티나가 숙제를 하고 있을 때였다. 가만히 다가온 페어차일드가 그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어렸던 티나는 그의 행동이 무엇인지 이해 못했지만 어쩐지 싫었다. 이후에도 티나는 페어차일드의 검은손에 점점 순결을 잃어갔다.

웃음 뒤에 숨겨뒀던 페어차일드의 진짜가 드러나고 말았다. 티나가 열두 살이던 해, 점심을 먹던 중 집에 뛰어들어온 페어차일드에게 성폭행당한 것이다. 그는 너무나 무서워 소리도 지르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말해도 아무도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 거라고 티나는 생각했다.



열아홉 살 때 3살 연상의 남자친구를 만난 티나는 1993년 9월 백년가약을 맺었다. 그러나 티나에게 한 가지 견디지 못할 아픔이 남아있었다. 자신을 성폭행한 페어차일드와 결혼식장에 들어서야 했다는 사실이다.

긴장감은 웨딩촬영 때 절정에 이르렀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쳐다보던 페어차일드가 티나의 왼손을 꽉 움켜쥔 것이다. 티나는 손목을 조이는 페어차일드의 악력에서 지난날의 아팠던 시간을 떠올렸다. 겉으로는 웃었지만 티나의 가슴은 울고 있었다.

티나의 엄마는 그에게 지원군이 되지 못했다. 그는 오히려 페어차일드의 악행을 말하는 딸을 믿지 않았다. 엄마는 티나에게 등을 돌렸고, 이는 평생 지우지 못할 상처로 남았다.

쌍둥이 아들과 딸 하나를 낳은 티나는 딸이 18살이 됐을 무렵, “할아버지가 자신을 안아줬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혹시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닌지 딸에게 물었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답변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엄마를 이상하게 생각한 딸은 티나에게 “옛날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 아니에요?”라고 물었다. 그는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 티나는 딸에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지만, 이내 거짓말한 자신을 후회했다. 그는 딸에게 과거 페어차일드가 자신에게 한 짓을 모두 밝혔다. 새로운 응원군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2012년, 딸의 격려 속에 티나는 경찰에 페어차일드를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페어차일드를 놓아줬다. 잠시 희망을 품었던 티나는 좌절했다. 하나 더 그를 고개 숙이게 한 것은 경찰에 붙잡힌 순간에도 의붓아버지 옆에 서 있던 엄마의 존재였다.

티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페어차일드의 악행을 밝히는 동시에 피해자의 인권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운동을 펼쳤다.

결국 페어차일드는 지난해 11월 경찰에 다시 검거됐다. 그러나 이번에도 티나는 고개를 떨궜다. 페어차일드의 혐의를 놓고 배심원단 의견이 엇갈리면서 불일치 배심 판결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티나는 재심을 청구했다. 그리고 올 6월, 성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페어차일드에게 베이즐던 법원이 징역 14년 6개월을 선고했다. 길었던 고통의 나날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미러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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