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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도 답답한 소통 부재의 청와대 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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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0-22 21:46:32 수정 : 2015-10-22 21:4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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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이종걸 원내대표가 어제 청와대에서 만나 정국 현안을 논의했으나 서로 얼굴을 붉힌 채 하고 싶은 얘기만 하고 헤어졌다.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은 “박 대통령의 미국 순방 성과와 경제정책을 비롯한 각종 현안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고 진지한 대화가 이뤄졌다”고 했으나 문 대표는 “왜 보자고 했는지 알 수 없는 회동이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일치되는 부분이 안타깝게도 하나도 없었다. 딱 하나 일치된 부분이 있었다면 청년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원론이었다”고도 했다.

특히 최대 현안인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놓고 30분 정도 진행된 대화에선 토론 수준으로 격론이 벌어졌다고 한다. 문 대표는 “국민은 국정 교과서를 친일미화, 독재미화 교과사로 생각한다. 획일적인 역사교육을 반대한다”고 했고, 박 대통령은 “지금 집필진 구성이 안 됐고 단 한 페이지도 쓰여지지 않은 상황에서 예단해서 교과서를 친일이니 독재니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이런 식의 갑론을박으로 현행 역사 교과서 국정화 대한 각자의 주장만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국정화 문제의 해법을 찾을 가능성은 더욱 멀어진 느낌이다.

사실 이번 회동에서 여야 간에 모종의 절충이 이뤄질 가능성은 별로 없었다. 청와대가 5자 회동을 제안했던 것은 방미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서였지 국정화 문제를 포함한 정국 현안의 해법을 모색하려 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더라도 일말의 기대를 갖고 회동을 지켜보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티격태격 평행선만 달린 것은 여간 실망스럽지가 않다. “이럴 거면 뭐 하러 만났느냐”는 소리가 나올 만하다. 이날 회동이 국정화를 둘러싼 경색 정국을 풀기는커녕 더욱 꼬이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문 대표는 회동을 끝내고 박 대통령에 대해 “거대한 절벽을 마주한 것 같은 암담함을 느꼈다”고 했다.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도 야당 지도부에게 ‘벽 보고 얘기하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이 모임을 지켜본 국민 상당수도 암담하다 못해 숨이 콱 막히는 것 같은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정치 지도자들이 7개월 만에 모처럼 머리를 맞댄 자리에서조차 삿대질만 주고받다 돌아선 것은 무능 정치의 현주소를 재확인시켜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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