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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는 문화 불균형 해소… 지자체 재정난으로 엄두 못내

입력 : 2015-10-25 18:57:36 수정 : 2015-10-25 18:5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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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예술활동 절반이상 서울서 열려
지역문화 척박함 반영… 개선 급선무
박근혜정부 들어 ‘진흥법’ 제정·시행
지역문화 역량 강화 등 큰 그림에도
중앙 집권적 추진 방식에 비판 높아
획일화 등 예방위해 지역?
지역은 국민의 삶터이자 일상이다. 그래서 문화로 행복한 국민을 만들겠다는 문화융성은 지역에서 시작해야 한다. 지역문화의 척박함은 여전하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지역문화 현황을 진단하고, 발전을 위한 과제를 제시하는 시리즈를 4회에 걸쳐 싣는다. 지역문화가 보여주는 다양한 희망과 가능성, 발전을 이끄는 사람들, 선진 사례를 소개한다

지난해 3만6803건의 예술활동 중 절반이 넘는 1만9847건이 서울에서 이뤄졌다. 서울을 제외하면 그나마 많은 곳이 부산(2162건)이고 광주(983건), 대전(733건), 울산(558건) 등은 1000건을 밑돈다. 지역 간 심각한 문화 불균형, 지역문화의 척박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수치다. 물론 이것이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었고, 일부 진전은 있었다. 박근혜정부에서 ‘문화융성’이 국정 기조의 하나로 자리 잡으면서는 지난해 ‘지역문화진흥법’(진흥법)이 제정·시행됐고, 이를 바탕으로 올해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 2020’(기본계획)이 세워지는 성과를 거뒀다. 지역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한 원칙이 만들어지고 실천을 위한 큰 그림이 그려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중앙집권적인 진행 방식을 고집한다는 비판과 열악한 재원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기본계획 키워드는 ‘역량 강화·격차 해소·문화 발굴’

기본계획은 세 가지 목표를 설정했다. 우선 지역 자체의 문화 역량 강화를 시도한다. 인력 양성과 생활문화 진흥, 지역문화 생태계 구축이 주요 내용이다. 이 중 지역문화 생태계 구축을 위한 ‘문화영향평가제’가 눈에 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을 수립할 때 문화환경과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제도다. 지난해 ‘문화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 ‘폐산업단지 문화재생사업’ 등 4개 사업을 선정해 시범 실시했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두 번째 목표는 지역 간 문화격차 해소를 통한 균형발전 추구다. 문화시설의 지속적 확충과 운영 활성화, 지역 맞춤형 문화복지 실현을 추구한다. 지역별 인구변화에 맞춘 문화기반시설 확충, 문화소외 계층·지역 지원강화 등이 핵심이다.

고유한 전통시설이나 놀이, 자연환경을 활용하거나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발굴해 지역문화를 꽃피우고 경제 활성화까지 꾀하는 지역이 늘고 있다. 정부는 지역문화진흥법 제정,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 수립 등을 통해 지역문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만들고 있다. 사진은 제주의 경주마 축제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지역문화 발굴과 창조가 세 번째 목표다. 고유한 지역문화를 발굴해 미래가치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쌍끌이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서 방점을 둔 것이 지역의 전통 문화를 기반으로 한 문화도시사업이다. 진흥법은 지역의 문화자원을 활용한 문화도시 지정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35년까지 3조3500여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경주역사문화도시’, 2026년까지 1조7100여억원을 투입하는 ‘전주 전통문화도시’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백제역사유적지구를 근간으로 하는 ‘공주·부여역사문화도시’도 빼놓을 수 없다. 공주·부여역사문화도시 사업에는 2030년까지 1조2000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정부는 기본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경우 2014년 5%에 머문 생활문화 참여율이 2019년 10%로 올라가고, 같은 기간 문화 도시·마을은 3곳에서 50곳으로 늘 것으로 기대한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기본계획은 지역문화 진흥의 나침반 역할을 하게 된다”며 “지역별 특색을 살린 구체적인 시행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전북발전연구원 장세길 부연구위원은 “예전의 계획들이 시설과 인력 등 지원에 방점을 두었다면 기본계획은 이미 지원된 것을 토대로 지역문화 자원을 창조하고 지역 발전으로 연계하려는 구상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차별적”이라고 평가했다.

◆“열악한 지자체 재정으론 문화 진흥 불가능”

지역문화 진흥의 청사진이라는 점에서 기본계획에 대한 기대는 크지만 비판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재원 조달에 대한 고민 부족, 중앙집권적 추진 방식에 불만이 집중된다. 

지역문화 진흥을 이끌어가야 할 지자체 재정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00년 59.4%에 달했던 재정자립도는 2010년 52.2%로 떨어졌고, 2013년엔 51.1%로 하락했다. 지난해와 올해는 각각 44.8%, 45.1%에 머물렀다. 그나마 예산을 배정하거나 집행할 때도 문화분야는 후순위로 밀리는 게 다반사다. 이런 사정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지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문체부는 진흥법을 발의할 당시 ‘지역문화진흥기금’에 정부 출연을 명시하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용도를 지자체가 정하게 해 문화 분야로 예산 배정을 유도할 수 있는 지방특별회계의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이 또한 해당 지자체의 관심이 부족하면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문체부도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라며 고민이 크다. 광주문화재단 김지원 팀장은 “지역문화예산 중 신규로 만들어지는 건 부족하고 기존의 것을 재편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며 “지역문화 영역이 공공재 성격이 강해져 정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많다. 지방세 중 정부가 관리하는 부분을 지방으로 돌리면 상당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문화를 육성하겠다고 하면서 중앙에서 지역으로 내려보내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런 방식은 지역문화의 획일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권상동 강릉시 마을만들기지원센터장은 “지금은 광역·기초 지자체가 정부 계획에 맞추고 있어 지역문화를 천편일률적으로 만들 수 있다”며 “지역마다 문화적 토양이 다르기 때문에 육성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지역에서 광범위한 토론을 거쳐 만든 구상이 중앙으로 올라가 수렴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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