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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인권까지 격리된 메르스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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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1-25 19:28:20 수정 : 2015-11-25 22:5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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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한 사람의 기본적인 권리를 찾게 해주세요. 제 남편 좀 살려 주세요.”

25일 오전 서울대병원에서 숨을 거둔 80번째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35)의 부인이 지난 12일 한 포털사이트의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부인은 게시글에서 보건당국이 ‘전염력이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남편의 격리를 해제하지 않은 데 대해 “(남편의) 기저질환인 악성 림프종 치료를 위해 형제 동종이식을 해야 하고, 동종이식 전 처치를 하려면 음압실에서 나와야 하는데 격리돼 있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절규했다. ‘국내 마지막 메르스 환자’였던 그의 남편은 결국 아내의 절규를 뒤로하고 2주도 안 돼 영영 눈을 감았다.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는 이날 “80번째 환자가 6월7일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은 이후 서울대병원에서 격리치료를 받아 오다 유전자검사상 음성과 양성이 반복됐고, 기저질환인 악성 림프종 치료 중 경과가 급격히 악화돼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유족들의 절규와 항의에는 “격리조치가 진단과 검사에 불편함을 줄 수는 있지만 치료를 방기하지 않았고 이러한 사실을 환자 가족들에게 여러 번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할 만큼 했다는 얘기다.

과연 그럴까. 80번째 환자는 지난해 4월 악성 림프종 진단을 받은 뒤 항암치료와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을 통해 회복됐다. 하지만 지난 5월 말 감기 증상이 심해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가 입원실 부족으로 사흘간 응급실에서 대기하다 메르스에 감염됐다. 정부 당국이 메르스 감염환자가 발생한 병원 공개를 주저하던 시기다. 만약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메르스 환자가 진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80번째 환자가 알았더라면 그는 다른 병원으로 갔고 메르스가 들러붙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재호 사회부 기자
정부가 전염병관리법에 따라 환자를 시설(병원)격리 조치할 경우 격리대상자는 인신보호법에 따라 구제를 청구할 수 있고, 이러한 내용을 고지받아야 하지만 80번째 환자는 그런 내용도 고지받지 못했다. 메르스 사태 당시 병원에 격리됐던 상당수 환자도 마찬가지다. 당국의 책임이 크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메르스 조기 파악 실패와 격리조치로 인한 적절한 치료 지연 문제는 80번째 환자뿐만 아니라 메르스로 숨진 38명의 희생자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제 국내 메르스 환자는 0명이다. 우리 사회가 메르스의 공포에서 ‘격리 해제’된 셈이다. 하지만 메르스 피해자들의 인권에 소홀했던 당국의 미숙한 대응이 개선되지 않는 한 마냥 안도할 수 없을 것 같다.

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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