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서울대병원에서 숨을 거둔 80번째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35)의 부인이 지난 12일 한 포털사이트의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부인은 게시글에서 보건당국이 ‘전염력이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남편의 격리를 해제하지 않은 데 대해 “(남편의) 기저질환인 악성 림프종 치료를 위해 형제 동종이식을 해야 하고, 동종이식 전 처치를 하려면 음압실에서 나와야 하는데 격리돼 있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절규했다. ‘국내 마지막 메르스 환자’였던 그의 남편은 결국 아내의 절규를 뒤로하고 2주도 안 돼 영영 눈을 감았다.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는 이날 “80번째 환자가 6월7일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은 이후 서울대병원에서 격리치료를 받아 오다 유전자검사상 음성과 양성이 반복됐고, 기저질환인 악성 림프종 치료 중 경과가 급격히 악화돼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유족들의 절규와 항의에는 “격리조치가 진단과 검사에 불편함을 줄 수는 있지만 치료를 방기하지 않았고 이러한 사실을 환자 가족들에게 여러 번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할 만큼 했다는 얘기다.
과연 그럴까. 80번째 환자는 지난해 4월 악성 림프종 진단을 받은 뒤 항암치료와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을 통해 회복됐다. 하지만 지난 5월 말 감기 증상이 심해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가 입원실 부족으로 사흘간 응급실에서 대기하다 메르스에 감염됐다. 정부 당국이 메르스 감염환자가 발생한 병원 공개를 주저하던 시기다. 만약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메르스 환자가 진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80번째 환자가 알았더라면 그는 다른 병원으로 갔고 메르스가 들러붙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재호 사회부 기자 |
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