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7시10분 KBS1 ‘다큐공감’에서는 녹슨 정미소에서 추억과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본다.
대형 자동화 미곡처리장이 시골 정미소를 대신한 지 오래지만 여전히 정미소를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KBS 제공 |
강원도 속초 시내 한복판에는 속초 유일의 조양정미소가 자리 잡고 있다. 90년 된 조양정미소는 30여년 전부터 박영자(58)·김유식(64)씨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한때는 정미소 기계가 한 달 반 넘도록 쉴 새 없이 벼 방아를 찧었지만, 속초 논밭이 아파트·빌딩 숲으로 변하면서 정미소 기계는 이제 근근이 돌아간다. 부부는 30년 전 강원도 사북탄광에서 모은 귀한 종자돈으로 정미소를 시작했다. 기술도, 경험도 부족해 손님은 없고 월세 12만원도 내지 못해 전전긍긍할 때가 잦았다.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던 탄광 일을 박차고 나온 것을 매번 후회했었다는 영자씨. 하지만 이후, 10여년을 밤낮없이 일해 정미소를 사들였다. 그 덕에 어린 3남매를 건강히 키워내고, 먹을 걱정, 집 걱정을 덜었다. 세월이 흘러 정미소 기계는 멈춰 있는 날이 많지만, 여전히 부부에게는 기특하고 고마운 장소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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