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만 돌리면 그들이 나온다. 채널이 늘면서 인기 예능인의 활동반경도 넓어지고 있다. 김구라, 전현무, 신동엽은 지상파3사를 비롯해 케이블, 종합편성채널을 넘나들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끄는 MC로 활약하고 있다. 8개 이상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바쁜 스케줄을 소화 중인 이들은 각기 다른 캐릭터를 앞세워 독보적인 활동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전현무는 현재 MBC '나혼자 산다', KBS 2TV '해피투게더3', SBS 'K팝스타5', JTBC '히든싱어4' '비정상회담', '헌집줄게 새집다오(헌집새집), tvN '뇌섹시대-문제적 남자' '수요미식회', MBN '전국제패'에 출연, 9개의 예능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김구라는 MBC '라디오스타' '마이 리틀 텔레비전' '복면가왕' '능력자들',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tvN '집밥 백선생', JTBC '썰전' '헌집줄게 새집다오', TV조선 '솔깃한 연예토크 호박씨'에 출연 중이고, 여기에 MBC 새 예능 '나의 머니 파트너:옆집의 CEO들'이 오는 18일 방송을 앞두고 있다.
신동엽은 장수 프로그램인 SBS '동물농장'을 비롯해 KBS 2TV '대국민토크쇼 안녕하세요'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tvN 'SNL코리아' '수요미식회', 올리브 '신동엽, 성시경은 오늘 뭐 먹지?' , JTBC '마녀사냥', E채널 '용감한 기자들'에서 타고난 입담을 뽐내고 있다.
예능 MC의 쏠림 현상은 특정 예능인에 대한 대중의 선호를 뒷받침한다. 여러 예능에 등장하더라도 결국은 찾아보게 되는 이유가 이들이 시청자의 기호와 맞아떨어지는 예능감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각기 개성있는 캐릭터로 특화된 MC라는 점이 꾸준한 활동의 이유가 되고 있다.
김구라는 거침없는 독설로 시청자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고, 전현무는 재치있는 언변으로 분위기를 띄운다. 신동엽은 야한 코드를 특유의 재간과 입담으로 수위 조절해내며 '19금 예능인'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로 군림하고 있다. 이들이 차별화된 캐릭터를 앞세워 다수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시청자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서고 있다.
하지만 다작에 따른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다양한 예능에 출연하면서 비슷한 예능 캐릭터가 겹치다 보면 시청자의 피로도가 누적될 수 있고, 프로그램 자체가 식상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예능인으로서 이미지 소비 또한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현무는 지난 9일 새 예능 JTBC '헌집새집'와 MBN '전국제패' 제작발표회에 잇달아 참석하며 '다작 예능인' 다운 면모를 보였다. 그는 두 번의 제작발표회에서 다작 행보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비슷비슷한 예능이 많은데 콘텐츠 자체가 새롭다. 지겹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다(헌집새집)" "모든 프로그램을 다 하는 건 아니다.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 선택했다(전국제패)" 등 나름의 프로그램 선택 기준을 설명했다.
김구라는 전현무와 함께 출연하는 '헌집새집'과 관련해 "댓글을 안 보지만 '둘다 너무 지겹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하더라. 우리가 전면에 나서진 않고, 양념만 치겠다"고 다작에 따른 주위 반응을 의식한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
다작 예능인에게 붙여진 '대세'라는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서는 프로그램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시청자에 다가가야 하는 숙제도 아울러 주어진다. 비슷한 프로그램과 예능캐릭터의 반복은 예능인의 생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 자신의 예능 캐릭터와 만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장점을 부각하는 영리한 계산이 다작 예능인의 생명을 지속시키는 일이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