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2일 당시 새정치연합 중앙위원장이었던 안철수 의원은 신당 창당 계획을 접고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통합을 전격 선언했다. 안 의원 측근 송호창 의원은 “맨손으로 호랑이굴에 자기 발로 들어가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깜짝 통합을 선언하며 단숨에 제1야당 공동대표에 올랐던 안 전 대표는 21개월 만에 다시 광야로 돌아갔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왼쪽)가 2012년 대선을 며칠 앞둔 12월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유세에 깜짝 등장해 자신이 매고 있던 노란색 목도리를 문재인 후보에게 둘러주고 있다. 연합뉴스 |
안 전 대표와 친노계는 시작부터 껄끄러운 상대였다. 당시 친노계 등 주류 진영은 김한길·안철수 체제가 들어선 직후 조기전당대회를 공공연히 언급해 두 공동대표 체제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돌았다. 두 공동대표가 추진했던 기초선거 무공천은 당내 반발에 부딪혀 40여일 만에 좌초했다. 두 공동대표는 7·30 재보선에서 공천 잡음으로 참패하자 강경파의 파상 공세에 밀려 4개월 만에 결국 물러났다.
안 전 대표는 지난 2·28 전당대회를 통해 문재인 체제가 들어선 이후 원내대표 합의추대를 제안하면서 당 중앙무대에 다시 등장했다. 합의추대가 불발된 이후 문 대표로부터 혁신위원장과 인재영입위원장을 제안받았지만 거부해 문·안 갈등은 깊어갔다.
문·안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은 9, 10월 혁신논쟁에 불을 붙이면서다. 안 전 대표는 “혁신은 실패했다”며 문 대표 체제를 직접 겨냥했다. 10월에는 ‘낡은 진보 청산’을 둘러싼 양측의 가시 돋친 설전은 돌이킬 수 없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빠져들게 했다. 문 대표는 당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낡은 진보 청산은) 말 자체가 성립할 수 없는 일종의 형용 모순”이라며 “새누리당에서 우리 당을 규정짓는 프레임”이라고 반박했다. 안 전 대표는 문 대표 발언에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문 대표에게 최후통첩을 전한 안 전 대표는 탈당 선언때까지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 빈소에 한 차례 모습을 드러낸뒤 일주일간 잠행했다. 이 과정에서 과거 자신과 함께 ‘새정치’를 구상해온 대선캠프 관계자 등 측근들과 향후 일정을 의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 탈당은 표면상으로 혁신전대 여부를 놓고 벌이는 ‘핑퐁게임’의 결말으로 보이지만 양측의 오랫동안 신뢰관계가 무너진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친노계는 2012년 대선에서 안 전 대표가 후보직 사퇴 후 문 대표를 도와주지 않은 게 패인이라는 인식을 여전히 갖고 있다. 반면 안 전 대표 측은 “새누리당 집권 저지를 위해 후보직까지 양보했는데 여전히 기득권에 집착하고 있다”며 혁신 좌초의 원인으로 친노계를 지목하고 있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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