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남궁 산 화가 |
배웅이 있고 마중이 있고
웅크린 사람과 가방 든 남자의 기차역 전광판이 있다
전광판엔 출발보다 도착이, 받침 빠진 말이
받침 없는 말에는 돌아오지 않는 얼굴이 있다가 사라진다
흰 구름에는 뿌리 내리지 못한 것들의
처음과 끝이 연결되어
자정을 향해 흩어지는 구두들
구두를 따라가는 눈 속에는 방이 드러나고
방에는 따뜻한 아랫목, 아랫목에는 아이들 웃음소리
몰래 흘리는 눈물과 뜨거운 맹세가 흐른다
지금 바라보는 저 타크나 흰 구름은 출구와 입구가 함께 있다
모자 쓴 노인과 의자를 잠재우는 형광등 불빛
그 아래 휴지통에 날짜 지난 기차표가 버려져 있다
내일로 가는 우리들 그리움도 잠 못 들어
나무와 새소리, 새벽의 눈부신 햇살이 반짝이고
어제의 너와 내일의 내가 손을 잡고 있다
새로운 출발이 나의 타크나에서 돌아오고 있다
우린 흘러간 다음에 서로 흔적을 지워주는 사이라서
지우지 않아도 지워지는 얼굴로
지워져도 서로 알아보는 눈으로
뭉치고 흩어지고 떠돌다 그렇게 너의 일기에서 다시 만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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