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3% 올라 30달러선 돌파
17일 이란·이라크와 추가 회동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리더인 사우디와 그 외 산유국의 대표주자인 러시아 등 주요 석유수출국이 원유 생산량 동결에 전격 합의하면서 국제 유가가 깜짝 반등했다. 산유국 전체로 동결 합의가 확대돼 세계 경제가 ‘저유가의 늪’에서 벗어날지 관심을 모은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카타르, 베네수엘라 등 주요 원유 수출국들은 지난 1월11일 수준에서 생산량을 동결하기로 합의했다. 율로지어 델 피노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은 “(이번 합의에 참여하지 않은) 이란, 이라크 등과 논의하기 위해 17일 테헤란에서 추가 회동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산유국들의 동결 합의 소식이 알려진 직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 대비 3% 오르며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30달러선을 넘었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2% 오른 배럴당 34달러를 기록했다.
이번 회동은 지난해 12월 열린 OPEC 정기 총회 때와는 다른 분위기로 이뤄졌다. 1년 6개월간 지속된 저유가 상황에서도 당시 산유국들은 점유율 경쟁에 치중하며 감산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러시아가 유가 급락으로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베네수엘라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세계 각국의 고통이 심화하며 원유 감산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이번 회동은 1990년대 말 유가가 10달러대로 추락한 상황에서 상승 모멘텀을 제공했던 당시 비밀 회동을 떠오르게 한다”고 전했다.
비록 합의는 생산량 동결에 그쳤지만 감산 거부에서 찬성으로 돌아선 나라도 늘고 있다. 오랫동안 원유 감산을 반대한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 로즈네프의 이고르 세친 대표는 지난주 “하루에 100만배럴가량 줄이는 안에 합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회동에 참가하는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석유장관뿐 아니라 원유 감산에 동의하는 러시아 고위 관료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는 “합의안이 도출되면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조건부 찬성 입장을 유지했다.
최선의 결정은 원유량 감산이지만 합의 무산이라는 최악을 피하면서 시장에선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원유 분석업체 페트로매트릭스의 올리비에르 제이콥 전략가는 “감산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이번 합의를 폄훼해서도 안 된다”며 “2014년 11월 이후 이뤄진 산유량과 관련된 첫 결정”이라고 말했다. 파와드 라자크자다 시티인덱스 애널리스트도 “감산을 기대했던 시장에서 단기간에 원유 가격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산유국들이 추가적인 조치를 내놓을 경우 적어도 저유가 현상이 더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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